북한산의 명물 백운산장..그리고 산장의 보물들

노트펫

입력 2017-08-11 12:08 수정 2017-08-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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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이 아이들 때문에 더 자주 북한산에 오게 되는 것같아요. 산도 산이지만 이 아이들과 산장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 마음이 언제나 편안해지거든요."

지난 9일 북한산 백운대 아래 자리잡은 백운산장을 찾은 지민 씨. 언제나처럼 지민 씨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이들이 있다.

등산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산장지기 부부와 부부가 키우는 개 산돌이와 누룽지다.

산돌이는 2살이 조금 넘었고, 누룽지는 이제 1살을 갓 지났다. 백운대를 오가는 등산객들에게는 어느새 백운산장의 보물이 된 친구들이다.

사람을 보면 배를 깔고 눕고, 등산객들이 갖고간 로프는 어느새 이 아이들의 물기 장난감이 된다. 산장에서 음식이라도 먹을라치면 옆에 자리를 펴고 앉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북한산보다 더 좋은 산이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이들이 있으니 더 찾아오게 되죠. ^^"

지민 씨에게 산돌이는 어쩌면 특별한 개다.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강아지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아마 산장에서 들인 첫 강아지들일 거예요. 그런데 제가 산돌이가 온 지 얼마 안 됐을때, 그러니까 어렸을 때 그만 반해 버렸답니다."

산돌이를 본 뒤 북한산을 더 자주 찾게 됐고, 나중에 온 누룽지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허락을 얻어 누룽지라는 이름을 직접 지어줬다.

"주인없는 들개인줄 잘못 알고 돌도 던지고, 욕도하고. 왜 개가 산에 있냐고 뭐라고 하는 분들이 가끔 있어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민 씨는 산돌이와 누룽지의 이름표를 만들어 주고, 혹시나 해꼬지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있다.

이렇게 이 아이들이 잘 있는지 보기 위해서라도 더 자주 오게 됐고 그럴 수록 마음 편한 이들 곁에서 쉴 수 있는 때도 늘어났다.

게다가 백운대 부근에는 지민씨가 좋아하는 고양이들도 여럿 있다. 어느새 길고양이들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지 6년차인 지민 씨.

고양이들 줄 사료를 가방 속에 챙겨다니는 것은 기본. 이곳에 올 때마다 이렇게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있다.

지민 씨는 하지만 요새 이 작은 행복이 사라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노부부가 산장을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 내주고, 떠나야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백운산장은 현재 산장지기인 이영구(86)씨의 증조부인 고 이혜문옹이 1924년 처음 터를 잡은 국내 최초의 민간 산장이다.

그만큼 등산가들에게는 남다른 곳이다. 하지만 지난 1992년 화재가 났고, 복구하는 과정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씨에게 20년 유예를 조건으로 기부채납 약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유예기간이 끝났다.

공단 측은 당초 다른 민간 산장들처럼 아예 철거키로 했다가 수많은 등산가들이 아쉬움을 표하자 그대로 두기로 했다. 하지만 운영권은 공단 측이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노부부는 "우리 내외가 죽을 때까지만이라도 산장을 운영하게 해달라"는 입장이지만 공단 측의 입장은 완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민 씨는 "이런 일이 있어서 안타까워요. 노부부의 소원대로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부디 양측이 접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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