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미루는 여성 ‘난자 냉동’ 고민하는데… 의료계 “35세 전엔 시술 필요없어”

조건희 기자 , 양길성 인턴기자

입력 2017-08-02 03:00 수정 2017-08-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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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탈출!인구절벽/2부 출산의 법칙을 바꾸자]배란 유도때 탈모 등 부작용 우려… 난소 기능 검사후 결정 바람직

‘난자를 얼려서 보관해둘까?’

회계사 최모 씨(32·여)는 3년 만에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3년 전엔 ‘당분간 결혼 상대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난자 동결 시술을 알아봤다. 하지만 곧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결혼 이후 최 씨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육아휴직자를 배려하지 않는 회사 분위기 탓이다. 출산을 미루고 있지만 막상 아이를 낳으려 할 때 난자가 건강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적지 않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보험용’으로 난자 동결 시술을 받는 여성이 늘고 있다. 예전엔 항암 치료 등을 앞두고 난소가 기능을 잃을 수 있을 때 시술이 이뤄졌지만 최근엔 출산을 늦추려는 여성이 가임(可妊)력 보존 방법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차병원 난임센터에 보관된 냉동 난자는 2011년 100여 개에서 올해 3월 1786개로 늘었다. 시술자 중 ‘만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62%로 질병 치료(14%)나 난소 기능 저하(9%)를 대비하는 이들보다 훨씬 많다.

난자 동결은 난자 배란 유도 주사로 난자를 10∼20개 채취해 영하 210도의 액체질소 등으로 얼린다. 추후 해동해 미세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주입하면 수정이 가능하다. 과거엔 얼렸다가 녹이는 과정에서 난자 30∼40%를 폐기해야 했지만 최근 폐기율은 10∼20%로 낮아졌다. 시술료는 250만 원, 보관료는 연간 30만 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난소의 기능이 35∼37세 전후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난자 동결 시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난소에 배란 유도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 발생해 임신 후 감염 위험이 높아지거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 탓에 탈모, 비만, 여드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최영민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 기능은 유전되는 경향이 있어 엄마의 폐경이 빨랐다면 딸의 난소 기능도 이른 나이에 저하될 수 있다”며 “난자 동결 시술을 결정하기 전 ‘난소 기능 검사’로 난소의 연령을 측정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양길성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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