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동경로-온도까지 기록… “햄버거병 어림없어요”

정민지기자

입력 2017-07-18 03:00 수정 2017-07-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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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위생등급제 시행 두달… ‘매우 우수’ 인증 1호 식당 가보니…

음식점 위생 최고등급인 ‘매우 우수’를 받은 ‘1호 식당’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h541’의 주방. 조리 중인 직원(왼쪽)이 위생수칙을 잘 지키는지 현대그린푸드 식품위생연구소 위생감식관이 점검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제공

12일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레스토랑 ‘에이치(h)541’. 현대백화점 판교점 9층 식당가에 있는 파스타 전문점이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매장 테이블에 손님이 반쯤 차 있었다. 식당 입구 계산대 옆에는 위생등급제 ‘매우 우수’ 등급 표시와 별 세 개가 새겨진 작은 현판이 걸려 있었다.

이 매장은 지난달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생 최고등급인 ‘매우 우수’를 획득한 ‘1호 식당’이다. 5월 정부 공인 ‘음식점 위생등급제’ 시행 이후 첫 사례다. 정호식 h541 점장은 “식당 위생을 모두 점검하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등급 심사 전 의자 얼룩, 화장실 청소 상태까지 일일이 체크했다”고 말했다.

음식점 위생등급제는 식약처가 식당의 위생관리 수준을 평가해 매우 우수, 우수, 좋음의 3단계로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가 해당 식당의 음식이 얼마나 위생적으로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인증을 받는 방식은 대략 이렇다. 음식점주가 세 가지 항목 중 하나를 골라 자율적으로 위생등급 평가를 신청한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매우 우수, 우수, 좋음에 맞는 평가 기준을 갖고 100여 가지 항목에 대해 실사한다. 85점 이상을 받으면 신청한 등급에 대해 인증을 받는다. 위생등급 지정업소는 2년간 위생등급이 유지되고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한 시설·설비 개보수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날 식당 주방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입구의 소독 발판이었다. 주방을 출입하려면 신발을 꼭 소독해야 했다. 용도에 따라 색깔이 다른 장갑과 도마도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소스가 담긴 용기에는 유통기한과 개봉일자가 적힌 스티커가 빠짐없이 붙어 있었다. “꼭 실험실 같다”는 말에 주방 직원은 튀김 조리기 옆 리트머스 시험지까지 보여주며 웃었다. 기름이 얼마나 산성화됐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식당은 크게 세 가지가 남달랐다. 첫째는 배송부터 쓰레기통에 버려지기까지 식자재의 모든 유통과정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직원이 보여준 서류에는 그날그날의 배송차 내부 온도까지 꼼꼼히 적혀 있었다. 식당 관계자는 “단순 서류작업이 아니라 직원들 간 ‘크로스 체크’가 되도록 업무 분담이 돼 있다”고 전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은 7명. 모두 정규직인 점도 식당의 위생수준이 유지되는 주요 원인이었다.

마지막은 철저한 위생교육이다. h541은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100여 개 식음료 매장 중 하나다. 현대그린푸드는 이 식당이 식품 위생등급 평가를 받기 전 자체적으로 더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 현대그린푸드 식품위생연구소 직원들이 직접 헤드라이트를 쓰고 냉동고 안을 꼼꼼히 살폈다. 용기 뚜껑과 냉장고 틈새까지 면봉으로 문질러가며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위생교육에 들어갔다.

최근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태 이후 음식점 위생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음식점으로서는 ‘위생’이 또 다른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경 현대그린푸드 식품위생연구소장(상무)은 “아무리 위생 매뉴얼을 만들어도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의 의식이 해이해지면 식품사고는 언제든지 날 수 있다. 위생의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어서 음식점주는 직원 교육에 늘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자체 운영하는 식음료 매장이 모두 ‘매우 우수’ 등급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조 소장은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식당뿐 아니라 영세 개인사업자들이 위생등급제 관련 정보를 요청하면 관련된 정보와 노하우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 음식점 위생등급 평가 주요 항목(총 97개)

△사용 후 남은 원재료는 재료명, 입고일자, 유통기한 표시해 보관
△식재료를 바닥과 15cm 이상 떨어뜨려 보관
△선풍기, 에어컨을 먼지, 이물질 없게 청소
△ 사용하지 않는 기기는 덮개를 씌워 보관
△ 의자에 얼룩이 없고 식탁 하단이 청결
△ 정수기 주변 바닥에 물기가 없음
△ 위생기준 부착하고 종사자들에게 충분히 인지 교육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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