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슬그머니 찾아온 ‘침묵의 암살자’ 간암… 다학제 협진으로 치료

홍은심기자

입력 2017-06-28 03:00 수정 2017-06-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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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센터 탐방 고려대 안암병원 간암클리닉
간암의 85%는 간경변 환자… 백신 접종-절주-건강검진 등 자기관리 철저히 하는 게 중요



인체 대사와 해독 작용에 중요한 장기 간. 간세포의 지속적인 손상은 체내 대사를 방해하고 몸에 노폐물들이 쌓이게 한다. 또 간이 점차 굳어지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체 암 발병의 5위 간암

간암의 원인은 다양하다. 한국인 간암 환자의 85%는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환자다. 과도한 음주도 간암의 원인이 된다. 우리 몸에 들어온 알코올의 독성물질 중 80%는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쳐야 하는데 간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설 경우 간 손상을 일으킨다. 알코올은 지방간, 간경변, 간암 등을 일으키는 간 건강의 큰 적이다.

간암은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증상이 생겼다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다. 간암이 발생했다면 주변 장기로 전이도 종종 생기므로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은 필수다.

식욕부진, 전신권태감, 복부팽만감, 변비, 설사 등의 변통이상이나 소변의 농염, 황달, 토혈, 하혈, 급작스러운 복통과 빈혈증상(어지러움, 식은땀, 빈맥 등)이 있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혈액검사로는 알파태아단백질(AFP) 증가로 간암의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 간암이 의심되면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혈관 촬영 등 영상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영상검사와 혈액검사로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통해 간암을 확진한다.


간 기능 충분하면 간 절제술

현재까지 간암을 완치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간 절제술이다. 정상 간의 경우 80%를 절제해도 6개월 이내에 다시 원상복구가 될 정도로 간은 회복력이 좋다. 따라서 간경변증이 없거나 간 기능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우선적으로 간 절제술을 고려한다. 김동식 고려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간 절제술 전에 간 기능을 평가해 절제 가능한 간의 범위를 결정한다”며 “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최상의 범위를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학제 협진을 통해 면밀한 검토와 논의를 한다”고 말했다.

간이식은 1기, 2기의 조기 간암에서 주로 적용 가능하다. 김 교수는 “간 이식은 기증자와 환자의 생체 적합성에 따라 수술 결과가 크게 영향을 받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거나 조건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식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간 절제술과 이식 외에도 고주파 열 치료와 에탄올 주입술은 작은 암세포 치료에 효과적이다. 경동맥 화학 색전술과 방사선치료, 방사능 색전술, 항암화학요법 등도 수술 적용이 어려운 환자의 치료방법으로 선택되고 있다. 조성범 고려대 안암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종양이 크지 않다면 종양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통해 항암약물을 투여하고 혈관을 정확히 차단해 선택적으로 암을 사멸시키는 간동맥 화학 색전술로 간암을 치료할 수 있다”며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종양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다학제적 접근으로 간암 치료 효과 높여

고려대 안암병원 간암클리닉은 소화기내과, 간담췌외과, 종양혈액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의 진료과와 체계적인 협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절제 범위 최소화, 이식가능 장기 확대 등 환자가 최상의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특히 진행된 간암에서도 먼저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해 종양의 반응을 평가하고 반응 양상에 따라 완치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이식까지 연결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병원평가에서 간암진료와 수술 1등급을 받았다. 간암클리닉은 해외 의료진이 포기한 ‘거대 간세포’ 환자의 수술을 맡아 성공적으로 제거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버려질 뻔한 장기를 활용한 이식수술을 성공하는 등 이식만이 희망인 간 부전 환자들과 국내외 의료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간암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간염 바이러스의 주요 감염경로인 주사기 재사용을 금지하고 멸균되지 않은 문신과 피어싱 도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칫솔, 면도기, 손톱깎이는 같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한다. 엄순호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의 약 85%는 간 경변이 생긴 상태에서 발생한다”며 “간염을 치료함으로써 간 질환의 진행을 정지시키고 간암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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