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거 없어요. 그냥 봉사하는 모임이니깐요"

노트펫

입력 2017-05-19 17:06:51 수정 2017-05-19 17: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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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보호소 봉사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2013년 활동 시작, 4년간 꾸준한 활동

"수의사 봉사 구심체되고파"

한 달에 한 번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는 수의사들이 있다. 2013년 활동을 시작한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이하 버동수)다.

순수 봉사단체인 이들은 회장도 없고, 사무실도 없고, 지원금도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cafe.daum.net/vcaa)와 SNS만 개설돼 있을 뿐 전화번호나 홈페이지도 따로 없다.

그런 버동수가 벌써 봉사활동을 이어온 지 4년째를 맞았다. 첫 봉사에 나온 회원은 10여명, 최근엔 40여명으로 훌쩍 늘었고 커뮤니티에 가입한 회원도 200여명 정도로 불었다.

주로 개체 수 조절에 필요한 중성화 수술, 집단 관리에 필요한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버동수는 지난해 말부터 수컷뿐 아니라 암컷의 중성화 수술까지 하고 있다.

운영진 4명 가운데 서울 마포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장승준 수의사(행복한동물병원)를 만나 최근 소식을 들어봤다.

이하 일문일답.

◇순수 봉사활동 모임으로 만들어진 지 벌써 4년째다.

수의사들이 봉사하는 단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협회나 대학에 속해 있거나 산하기관이 많다. 그렇게 되면 지원금을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원치 않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면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랄까?(웃음)

버동수는 그냥 삼삼오오 모여 봉사활동하는 소모임처럼 시작됐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다.

다만 우리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이곳에 와 봉사를 하려는 분들이 늘었다. 봉사를 가고 싶어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져 선착순으로 마감하고 있다. 수강신청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

◇여느 조직에 비해 중심이 없어 쉽게 흩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유지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일단은 바라는 게 없어서 그렇다. 이 활동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할 필요도 없고 자기 홍보로 병원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저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에 보호소를 찾아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동물을 치료하고 돌보는 것, 그게 전부다.

일정과 장소를 정하는 등 실무는 운영진 4명이 하고 있고. 봉사자만 있으면 되는 활동이라 돈도 필요 없고 식사 정도는 보호소에서 주시면 먹는다.

또 나이, 학번을 신경쓰지 않는다. 모두가 수평적인 관계라 수의생이 와도 10년차, 20년차 수의사가 와도 서로 존대한다. 이런 분위기를 어그러뜨리지 않고자 노력한다.

◇그간 활동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버동수가 시작될 때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수의사들도 ‘저것들, 마케팅용 아니야?’ 하기도 했으니.

사실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도 수의사가 유기동물에 대해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있어 왔던 터다.

버동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자리 잡아가면서 현장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고 기댈 곳이라고 여기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

예를 들어 우리의 활동으로 보호소 분들은 유기동물 수술 등 치료에 쓸 비용으로 다른 것들을 해줄 수 있게 됐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유기동물 보호소의 상황은 어떤가? 여전히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

유기동물 문제가 단기간에 눈에 띄게 바뀌긴 힘들다.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식 있는 분들도 늘었고, 보호소에 봉사자들도 많아졌다.

물론 다니다 보면 상황이 안 좋은 곳도 있다. 애니멀호딩(동물의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하는 행위)도 그렇고.

하지만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 시스템적으로 완비가 안 된 상태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도와주자는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도 버동수 활동이 큰 의미를 갖게 됐을 것 같은데?

20대 때 코이카 봉사단에 속해 스리랑카에 3년간 있었다. 그때 의사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현지 코디네이터로 일했는데, 당시 의사들이 하는 진료가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버동수 2년차에 들어왔는데, 굉장히 기쁘고 보람차다. 수의사라면 갖고 있는 동물과 함께하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 버동수 활동에 더 욕심을 내자면?

활동을 하다 보니 봉사를 원하는 수의사가 많지만 이들을 적재적소로 보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음을 절실히 느낀다.

버동수가 좀 더 일을 벌려 이런 일을 맡아 하면 좋겠지만 여력이 되지 않고 정부에서 해준다면 더욱 좋을 일이라고 본다. 새 정부가 들어오고 동물 복지에 대한 기대를 크게 걸고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조금씩 나아지길 바라고 있다.

◇일반인도 봉사에 참여할 수 있나?

수의사가 아닌 분은 위험할 수도 있고 통제가 어렵기도 해 봉사 현장 참여를 받진 않는다.

하지만 버동수에 관심이 갖고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koreavcaa)에서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감사한 일이다.

또 수의사분들이 재능 기부로 하는 세미나에 와서 좋은 정보도 얻고 참가비를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하는 일도 하나의 참여다.

다음 달에는 ‘반려견의 여름나기’를 주제로 진행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신청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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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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