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현재’보다 ‘미래’에 고민이 많다면 사춘기? 우울증?

유성열기자

입력 2017-01-23 03:00 수정 2017-01-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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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우울증’ 구별-진단법



 주부 장모 씨(49·여)는 요즘 중학교 2학년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고, 지적을 하면 “상관하지 말라”고 대들 때도 있다. 집에 있더라도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할 뿐 대화는 거의 없다.

 처음에는 단순한 ‘중2병’(중학교 2학년이나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한 심리 상태를 빗댄 말)이나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이 메모장에 ‘죽고 싶다’는 말을 써놓은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병원에 데려갔더니 ‘청소년 우울증’ 진단이 내려졌다.

 청소년 우울증의 증상은 무력감,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 성인과 비슷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성인처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자존감이나 죄책감, 집중력 같은 개념이 아직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이 우울증에 걸리면 이런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나타낼 때가 많다.

 갑자기 공부를 안 하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할 경우, 친구마저 만나기 싫어하고 집에만 있으려고 할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른 집단의 친구와 새로 어울리거나 주변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 역시 우울증 증상이다. 특히 반항하면서 갑자기 고함을 지르거나 알 수 없는 짜증을 내고, 팔다리 복부 등의 원인 미상의 통증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것 역시 우울증 증상일 수 있다.

 이런 행동을 보여도 단순히 사춘기 탓으로 생각하는 부모들도 많다. 그러나 청소년 4명 중 3명은 사춘기를 크게 겪지 않는다. 증상도 짜증을 많이 내고 자기주장이 좀 분명해지는 정도다. 사춘기를 겪더라도 친구와 가족관계, 성적이 동시에 나빠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관계와 학업 등 일상 자체가 변하고 있다면 우울증에 가깝다. 특히 사춘기는 ‘현재’, 우울증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살아서 뭐하나” “나는 그냥 없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는 게 관찰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은 방치하지 말고 적극 치료하는 게 좋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 잘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심리사회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스트레스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법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치료에 대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족들이 치료를 주저한다면 그 마음이 자녀에게 전달돼 치료를 막는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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