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꽈당’… 어지럽고 구토 땐 ‘뇌진탕’부터 의심

김윤종기자

입력 2017-01-23 03:00 수정 2017-01-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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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두부 외상’ 주의보

 겨울 폭설로 길에서 낙상사고를 당할 경우 보통 바닥을 손으로 짚기 때문에 손목 골절이 많이 생긴다. 엉덩방아를 찧게 되면서 고관절과 척추 손상도 일어나기 쉽다. 전문의들은 “낙상 시 ‘두부(頭部) 외상’, 즉 머리를 다치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강조한다.

 빙판길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친 뒤 어지럼증이 생기고 구역질, 구토가 난다면 ‘뇌진탕’부터 의심한다. 보통 뇌진탕은 심각한 뇌 손상으로만 생각하는데 낙상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뇌진탕은 ‘뇌가 두개강 안에서 흔들려 일시적으로 뇌 기능이 중단됐다가 완전히 회복되는 가역적인 경한 뇌손상’을 뜻한다. 이에 두부 외상 뒤 두통, 구역질 등의 증세가 있어도 컴퓨터단층촬영(CT)상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통은 두부 외상 뒤 2주 정도가 지나면 뇌진탕 증상이 회복된다. 다만 넘어졌을 때 의식이 잃었거나 사고 전후의 기억이 잘 나지 않으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두개골 안쪽에 출혈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두개골 안쪽 공간은 뇌, 뇌 척수액, 혈액만이 존재하는 폐쇄된 공간이다. 항상 같은 압력을 갖도록 조절되지만 넘어진 충격으로, 두개골 안쪽 공간에 출혈이 생기면 뇌압이 상승해 뇌 손상을 초래한다. 이를 ‘외상성 두개강 내 출혈’이라고 부른다. 의식 저하가 생기는 증세로 수술이 필요하다. 

  ‘좌상성 뇌내출혈’은 뇌와 두개골 사이에 출혈이 발생하는 ‘외상성 두개강 내 출혈’과 달리 뇌 속에 출혈이 있는 경우다. 뇌에 멍이 드는 셈. 문제는 머리가 충격을 받은 뒤 몇 시간 지나면서 출혈이 점차 많아지거나 새롭게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좌상성 뇌내출혈로 인해 전두엽 부위가 손상되면 인지기능 장애 등이 생긴다.

 두개골 골절도 조심해야 한다. 두개골은 매우 단단하지만 빙판길에서 강한 외상을 입으면 골절이 생길 수도 있다. 출혈이 발생하지 않아도 함몰골절로 골절편이 뇌를 압박할 수 있는 만큼 진단 시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눈 주위에 너구리처럼 큰 점 같은 출혈 흔적이 생기고 귀와 코로 액체(뇌척수액)가 흘러나오면 두개저(뇌 밑 두개골) 골절을 의심해야 한다.

 만성 경막하 출혈의 경우 처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만성 경막하 출혈은 뇌 속 작은 혈관이 손상받은 후 출혈이 생기면서 두개강 내에 서서히 피가 고이는 것. 하지만 몇 주가 지나면서부터 두통, 보행이나 언어 장애 등이 생긴다. 대개 두통을 시작으로 어지럼증, 구역, 구토를 동반한다. 심하면 의식을 잃게 된다.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빠른 진단으로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방은 더욱 중요하다. 눈이 녹은 곳도 노면 자체가 얼어 쉽게 넘어지므로 손을 주머니에서 빼고 조심스럽게 걷도록 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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