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이가 고열 4일 이상 지속되고 눈 충혈?

김호경기자

입력 2016-12-05 03:00 수정 2016-1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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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혈관염 ‘가와사키병’ 주의보

가와사키병 합병증인 ‘거대 관상동맥류’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관상동맥 조영 사진. 관상동맥 곳곳(화살표)이 정상보다 많이 커져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생후 15개월인 김모 군은 최근 열이 5일 넘게 지속되더니 두 눈 흰자위가 충혈됐고 입술이 붉어지고 전신에 붉은 발진이 생겼다. 김 군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았다. 단순 감기로 여겼던 아이의 증상은 이름도 생소한 ‘가와사키병’이었다. 

 가와사키병은 주로 영유아에게서 발생하는 급성 혈관염이다. 독감 인플루엔자와 함께 겨울철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꼽힌다.

 대한가와사끼병학회가 2012∼2014년까지 3년간 전국 120여 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 가와사키병 환자는 연간 5000여 명이다. 이 중 86%가 5세 이하 영유아다. 국내 가와사키병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5세 이하 영유아의 10만 명당 가와사키 유병률은 194.7명에 이른다. 일본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가와사키병에 걸리면 통상 38.5도가 넘는 고열이 나타난다. 손과 발이 붓고 피부에는 붉은 발진이 자주 나타난다. 눈 흰자위가 붉게 충혈되고 입술과 혀가 빨갛게 변한다. 이런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하나씩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

 가와사키병은 빨리 발견해 수일간 입원 치료하면 대부분 증상이 크게 완화된다. 통상 가와사키병 환자는 면역글로불린과 아스피린 치료를 병행한다. 가와사키병이 진행되면서 혈소판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심장혈관에 혈전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량의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것은 혈소판이 증가해 혈전이 생기는 것은 막기 위해서다. 면역글로불린 주사는 한 번 맞으면 12시간 정도 주사기를 달고 있어야 하고 아스피린은 하루 3, 4회씩 복용한다. 염증 수치가 내려가면 퇴원해도 된다. 환자 상태에 따라 퇴원 후에도 한동안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일부 환자는 심장병과 같은 합병증에 걸릴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매년 10여 명의 가와사키병 환자가 ‘거대 관상동맥류’ 증상을 보인다. 거대 관상동맥류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염증 등으로 손상된 상태로 심하면 심근경색, 돌연사로 사망할 수 있다. 

 가와사키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것으로 의학자들은 보고 있다. 재발률은 1∼3%이며 사망률은 0.01%.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특별한 예방법도 없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최선이다.

 김기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학과 교수는 “겨울철은 감염성 질환이 다른 계절에 비해 더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라 자칫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여겨 가와사키병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며 “열이 4일 이상 지속되고 가와사키병 의심 증상을 보인다면 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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