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직격탄? “비트코인 화폐 아니다” 트럼프 발언의 속뜻은

뉴스1

입력 2019-07-12 14:01 수정 2019-07-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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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며 미국 달러만이 가장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화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비트코인 시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모습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12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보다 4.44% 하락한 1만1392달러(약 134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전 9시 거래 가격인 1만1317달러(약 1332만원)보다 오히려 올랐다.

관련업계에선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암호화폐 산업을 짓밟겠다는 의지라기 보다는 미국 달러 가치를 공고히 하려는 의지가 담겼다”며 “오히려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할 것이라는 게 좀 더 명확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비트코인 화폐 아니다…지지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나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며, 규제 없는 암호화폐는 마약거래와 불법적인 활동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한 법정화폐인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달러는 단연코 세계 최고의 통화”라고 덧붙였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트럼프 정부는 달러체제를 공고히 해 자국 주식시장과 제조산업 육성 등의 이점을 누리고자 한다. 따라서 백악관 내에선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보다는 달러의 기축통화체제를 흔들 수 있는 중국 위안화의 부상을 위협요소로 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43년간 석유는 미국 달러로만 거래됐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및 관련 상품을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수출대금을 의미하는 용어가 ‘페트로(석유)달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석유가 달러로만 거래되기 때문에 수입국은 항상 많은 달러를 비축해야했고, 미국은 페트로달러를 통해 세계 원유시장을 통제하고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가치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이 위안화 기반 국제 원유선물시장을 개장했다.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는 지난해 3월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을 상장하며 상품선물 최초로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를 허용했다. 단순히 원유를 안정적으로 거래하기 위함이 아닌 현물까지도 위안화로 사고팔며 달러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현재 페트로위안의 선물 거래량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거래량을 뒤쫓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석유만큼 중요한 자원은 ‘데이터’다. 데이터는 수많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한다. 미국과 중국은 데이터 결제 수단(통화)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용재 넥스트머니 저자는 “미국이 최근 중국 화웨이를 타격한 것은 데이터가 유통되고 집결되는 5G 통신망과 클라우드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한 것”이라며 “미중무역전쟁의 진짜 이름은 미중통화전쟁”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트럼프의 비트코인 발언은 비트코인에 직격탄을 날렸다기 보다는 달러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위안화를 경고한 것에 가깝다”고 보고있다.

◇트럼프 정부, 암호화폐 규제 강화할까?

투자자들은 이날 트럼프의 발언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제적인 논의보다 더 강화된 규제가 미국에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비트코인 선물거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논의가 미국 내에서 활발한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주식시장인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비트코인 선물거래 플랫폼을 테스트하고 있고, 미국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 골드만삭스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가 비트코인을 제거하려 했다면 금융 공룡들은 암호화폐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이 이뤄지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이 비트코인 영향력을 갖추는 것을 바라지 않는 미국은 중국이 채굴하는 비트코인을 효과적으로 가져올 방법으로 월가의 금융상품을 선택했을 것이른 분석도 있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의 운명은?

전세계 1위 소셜네트워크업체 페이스북은 지난달 18일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외에도 우버와 페이팔 등 글로벌 20여개의 대기업이 파트너사로 참여한데다 연내 100여개로 파트너사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리브라가 출시되면 단숨에 비트코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형 암호화폐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리브라도 신뢰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은행이 되길 바란다면, (전통은행처럼)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0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서 리브라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리브라는 사생활보호, 자금세탁, 금융 안정성 등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리브라 적용 방안을 살피는 연구진을 구성하는 방안을 다른 규제당국 및 해외 중앙은행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및 관리 문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페이스북이 무턱대고 중앙은행에 대적하는 암호화폐 발행을 발표하진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용재 저자는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표 전 미 연방준비제도와 긴밀한 협의를 나눴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페트로달러에 이어 달러를 수호하는 ‘리브라달러’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리브라 연합(리브라의 파트너사 모임)이 이미 수십억명에 이르는 이용자를 보유했고, 미국 달러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인 만큼 리브라의 생태계가 커지면 미국 달러 수요도 덩달아 증가한다. 이용재 저자는 “1970년대 페트로달러를 공고히 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이용했지만,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통해 ‘달러’를 데이터 유통의 기축통화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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