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1인가구 “집값 비싸고 외로워”… 서울 ‘1인 가구포럼’ 열려

홍석호 기자

입력 2019-07-11 03:00 수정 2019-07-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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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아빠 “한때 술에 의지 생활… 함께 얘기 나눌 커뮤니티 있었으면”
32세 女 “생활비-안전문제도 심각”
서울 1인가구 118만, 전체의 30% “市, 성별-연령별 지원정책 세워야”



“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오면 깜깜해요. 아이들이 자던 방도 썰렁해요. 가족사진을 봐도 외롭습니다.”

14년 동안 ‘기러기아빠’ 생활을 했던 허용무 정화예술대 총장(65)은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1인 가구포럼’에서 1인 가구 생활을 시작한 2001년의 하루를 이같이 회상했다.

허 총장은 고교 1학년 아들과 중학교 1학년 딸에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아내와 자녀를 해외에 보내고 기러기아빠 생활을 자청했다. 하지만 부엌에서 밥을 짓고, 세탁기와 청소기 작동시키는 법을 찾아가며 의욕적으로 살겠다고 한 뒤 한 달 만에 이런 계획은 무산됐다. 집 안 곳곳에서 보이는 가족의 흔적으로 생긴 외로움을 술로 달랬고 생활 패턴도 망가졌다.

허 총장은 “자녀의 뒷바라지를 끝까지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다시 일어났다. 아이들에게 손편지를 쓰며 외로움을 달랬다. 등산도 시작하고 교회에도 나가며 견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엔 어려움을 공유할 커뮤니티가 전혀 없었다”며 “이제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고 1인 가구도 많이 생겼다. 사회가 1인 가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는 안정망과 지원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포럼에는 청년, 비혼, 기러기아빠 등 3명의 1인 가구 구성원이 1인 가구의 삶에 대해 털어놨다.

청년 대표로 나선 송현정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무국장(32·여)은 1인 가구가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비싼 집값과 임차료 때문에 살 곳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고, 어렵사리 예산에 맞춰 집을 구해도 생활비와 안전 문제로 걱정”이라며 “특히 집에 돌아와 잠만 자는 ‘청년 1인 가구의 고립’ 문제도 크다”라고 말했다. 송 국장은 2014년부터 서대문구에 위치한 ‘민달팽이집’ 2호점에 살고 있다. 민달팽이집은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사는 공동주택이다.

배우 진혜린 씨(27·여)는 2011년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1인 가구 7년 차다. 스스로를 ‘선택적 비혼주의자’라고 부른 그는 앞으로도 1인 가구의 삶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진 씨는 “경력이 단절되고, 가족보다 시댁을 더 신경 써야 하는 ‘한국식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여성만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지 않는다면 비혼으로 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병도 서울시의원은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1인 가구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고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 제한적”이라며 “1인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나 성별, 연령을 고려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시작된 1인 가구 지원 계획에 따라 2023년까지 다양한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2017년 기준 서울지역에는 118만 명의 1인 가구가 살고 있다. 전체 가구(394만8000가구)의 29.8%에 달한다. 특히 1인 가구 중 만 60세 이상 노년층 비율은 2010년 21.4%에서 2017년 24.2%로 꾸준히 늘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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