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기 맛이네” 대체육류 한국인 밥상 채운다

황성호 기자

입력 2019-06-12 03:00 수정 2019-06-12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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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인구 늘자 ‘채소 고기’ 대중화
동물 질병때도 공급 가능해 인기… 롯데-동원 이어 CJ도 개발 나서
실제 고기보다 비싼게 걸림돌


대체육류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동원F&B가 올 초부터 수입하고 있는 미국 대체육류 브랜드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고기로 만든 햄버거(왼쪽 사진)와 롯데푸드가 올 4월 출시한 대체육류 돈가스. 각 업체 제공

‘미래의 먹거리’로만 여겨지던 대체육류가 한국인의 밥상에 점차 등장하고 있다. 채식 인구가 늘면서 대체육류가 증가하는 영향도 있지만 최근의 대체육류 상품은 ‘진짜 고기’ 못지않은 맛과 영양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수요가 더 늘고 있다. 대체육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같은 질병이 창궐해도 안정적으로 제품이 공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11일 롯데푸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올 4월 출시한 ‘엔네이처 제로미트 너겟’과 ‘엔네이처 제로미트 가스’는 지난달 말부터 홈플러스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통밀에서 뽑아낸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졌다. 닭고기맛과 흡사하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입점했다는 건 그만큼 대체육류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올 2월 동원F&B는 미국의 대체육류 브랜드인 ‘비욘드미트’와 수입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물밑에서 준비 중인 곳도 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출시를 목표로 대체육류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체육류가 관심을 끄는 건 국내에서도 채식주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한국채식연합 측은 2008년 약 15만 명이었던 국내 채식인구가 지난해엔 최대 15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육류보다 칼로리가 낮은 대체육류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류 시장은 2016년 18억 달러(약 2조1357억 원)에서 2020년 30억 달러(약 3조5595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동물에게 치명적인 질병이 창궐해도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대체육류의 맛은 실제 고기의 맛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소비자들이 그동안 흔히 접해왔던 ‘콩고기’에서 나는 비린내도 거의 없어졌다. 미국에선 영양학적 측면에서 고기를 앞선 제품이 수년 전 나오기도 했다. 대체육류 생산업체인 임파서블버거가 2016년 출시한 ‘임파서블버거’는 식물성 대체육류지만 동일한 크기의 쇠고기 패티보다 단백질 함량은 높고, 지방과 칼로리는 낮다.

아직 보편화된 시장은 아니다 보니 다소 높은 가격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비욘드미트 패티는 온라인에서 100g에 최소 5000원가량이다. 버거킹이 대체육류를 활용해 만든 ‘임파서블와퍼’는 미국에서 일반 와퍼보다 1달러(약 1180원) 더 비싸다.

국내 대체육류 시장이 식물성 고기 위주라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미국 등에선 동물의 세포를 배양한 배양육이 식물성 고기에 비해 맛이 우수해 대체육류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현정 서울대 식품바이오융합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세계 농식품산업 동향’에서 “대체육류는 지속가능하고 환경오염의 문제가 적다는 점에서 점점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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