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경매’ 직접 뛰어든 대형마트, 동네정육점 ‘울상’인데 정부 ‘환영’ 왜?

뉴스1

입력 2019-05-24 07:09 수정 2019-05-2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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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이마트, 매매참가인 자격으로 한우 경매에 직접 참여
6단계 유통구조 4단계로 축소 효과…정부도 ‘한우 대중화’ 독려


#광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혜리(가명·32)씨는 대형마트에서 이따금씩 소고기를 구입해 집에서 직접 구워 먹는다.

혼자 사는 그는 “요즘 대형마트에서 파는 소고기가 질도 좋고 가격도 싸진 것 같다”며 “타임세일 시간에 가면 한우가 1만원대까지 저렴해지는데 ‘나를 위해 먹을 수 있는 가격’이라는 생각에 구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한우 가격이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식료품 가격 경쟁에 나선 대형마트들이 한우 경매에 직접 참여해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동네정육점 등에서는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경매 참가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한우가 맛은 뛰어나지만 너무 비싼 가격 탓에 쉽게 먹기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대형마트, 한우 경매 직접 참가해 품질↑·가격↓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충북 음성 축산물공판장 매매참가인 자격을 획득했다.

이렇게 직접 경매에 참가하면 롯데마트가 다른 납품업체(도매상)를 통해 떼오는 가격에 비해 5% 정도 저렴해진다. 롯데마트가 경매에 참여해 조달하는 한우는 롯데마트가 판매하는 전체 한우 물량의 10~20% 수준이다.

롯데마트는 여기에 자체 유통마진을 줄이고 카드사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해 한우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있다. 지난달 롯데마트는 정상가 9200원에 판매되는 ‘1등급 한우 등심’(100g)을 멤버십 할인, 카드사 할인을 통해 4968원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통큰한우’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마트는 2011년부터 충북 음성 축산물공판장 매매참가인 자격을 얻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2013년에는 부천 축산물공판장에서도 매매참가인 자격을 획득했다.

이마트 역시 이달 한우 할인 행사(93한우 행사)를 진행했다. 정상가 8500원 1등급 한우 등심을 신세계포인트 적립, 카드사 프로모션 등을 적용해 5100원까지 싸게 팔았다.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행사 기간 한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6% 늘었다.

이마트가 경매에 참가해 직접 매입하는 양은 매년 400톤으로 이마트의 연간 한우 매입량의 20% 수준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유통단계를 줄여 한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직접 경매에 참가하고 있다”며 “바이어가 직접 한우를 눈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양질의 한우를 공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 한우 ‘유통 비용’ 감축 장려…‘한우 대중화’ 목표

정부도 한우 유통비용을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우 고급화’에는 성공했지만 가격이 비싸 ‘한우 대중화’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한우 가격은 다른 나라 소고기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일반적으로 한우는 6단계에 걸쳐 유통된다. 산지 농장에서 소를 우시장에 내다 팔면 공판장 경매를 통해 도매상으로 넘어간다. 이후 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대형마트가 경매에 직접 참가하면 유통 단계를 2~3단계 정도 줄일 수 있다.

정육점 등에서는 고객이 대형마트로 이탈할 것을 우려하며 대형마트의 경매 참가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대형마트의 경매 참가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대한 유통비용이 덜 발생하기를 바라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우수한 품질의 한우를 어떻게든 값싸게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우값이 비싼 것은 유통비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유럽, 호주 등 축산 선진국에 비교했을 때 송아지 가격이 비싸고 사료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데다 초대형 축산업체(패커)가 없어 생산비용 자체가 높다. 하지만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적기 때문에 정부도 유동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것이다.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 직판, 정육 식당 등을 독려하고 있다. 또 한 축산물 기업이 농장, 도축, 가공, 유통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운영하는 형태인 ‘패커’(Packer) 육성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축산 선진국과 (생산)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한우가 수입육이 비해 비싼데 (소고기 시장) 개방 이후 살아남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면서 “한우 대중화를 위해 등급은 떨어지더라도 고기량을 위주로 공급하는 방향을 고려하며 정육 식당 등을 운영하도록 많이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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