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투자-소비 ‘트리플 늪’… “정부 지출로 버티다 경제 시계제로”

신민기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04-26 03:00 수정 2019-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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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한국경제]1분기 성장률 ―0.3%… 금융위기 이후 최악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11년 만에 최저인 ―0.3%로 추락한 것은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진 터에 민간 소비도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한국 경제가 정부지출로 버텨왔지만 기업과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시계(視界) 제로인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경제 전 부문이 총체적인 부진을 겪으면서 실물경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이례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 기업 투자 부진이 역성장 쇼크 초래


경제 전문가들은 당초 한국 경제가 1분기에 0.3% 정도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런 전망을 훨씬 밑도는 ‘역(逆)성장’에 경제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성장률 쇼크는 한국의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부진에 빠지고 그 결과 설비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이 끝나가면서 1분기 수출은 2.6%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장비 등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10.8% 하락했다. 이 같은 설비투자 하락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최저다.

정부 지출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정부 소비는 0.3%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율이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정부가 최근 재정 집행률이 5년 내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절차가 진행되는 중이라 1분기에 관련 재정이 실제로 지출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10∼12월) 정부소비가 성장률을 1.2%포인트 올린 데 반해 올해 1분기에는 오히려 성장률을 0.7%포인트 낮췄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지방자치단체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집중되면서 지난해 4분기 정부투자가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이런 일시적 요인이 역성장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 불투명해진 2.5% 성장 목표


한 해 성장 경로의 출발점인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오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한은은 2분기 1.2% 이상, 3분기와 4분기에 0.8∼0.9%의 성장률을 유지하면 연간 2.5%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충격에서 회복해 대폭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0.3%라는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상당히 이례적인 수치”라며 “한은이 내놓은 2.5%의 연간 성장률 전망도 시장에서는 믿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금리 인하 가능성 고개

전문가들은 꺼져가는 한국경제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추경 확대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금리 인하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하강 속도가 빠른 만큼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모두 완화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고 추경 규모도 논의되는 6조7000억 원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은의 경제성장률 발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국회에 제출하는 추경을 통해 투자와 수출 활성화 등 선제적 경기 대응 과제들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지출에만 기대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지출이 성장률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재정 지출 없이는 자력으로 성장할 수 없는 ‘식물 경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만 치우친 산업구조를 개편해 민간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비를 주도하는 경제는 건전하지 않다”며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키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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