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대박집 만들기’ 은행들 팔 걷었다

장윤정 기자

입력 2019-04-26 03:00 수정 2019-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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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컨설팅 프로그램 활기

KB 소호 멘토링스쿨, 방송인 홍석천이 외식업 강사 KB국민은행은 2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KB금융 합정연수원에서 외식업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인 ‘소호 멘토링스쿨 1기’ 입학식을 열었다. 행사에 참여한 허인 KB국민은행장, 방송인 홍석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등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1. “아예 문을 닫아야 하나….” 서울 중구에서 한정식 전문 음식점을 운영해 온 김모 사장. 음식점만 20년 이상 운영해온 베테랑이지만 인근 기업 몇 곳이 떠난 뒤 회식이 줄면서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아예 한정식 집을 접고 업종을 변경해야 할까 고민하던 김 사장은 신한은행 직원의 추천으로 ‘신한 SOHO사관학교’에 들어가 8주간 집중 교육과 컨설팅을 받았다. 이후 김 사장은 주고객층을 직장인에서 해외 관광객으로 바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식당을 홍보한 덕분에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 매출이 껑충 뛰었다.

#2. 최근 유치원 교사 일을 그만둔 A 씨는 대학 때 전공한 공예디자인과 관련 있는 인테리어 소품 매장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창업자금이 부족한 데다 마땅한 매장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KB국민은행 무료 컨설팅이 그에겐 기회였다.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성 금융상품을 통해 2000만 원 정도 대출 받았다. 권리금 등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기보다는 작은 매장을 임차하고 ‘온라인 쇼핑몰’에 집중하라는 조언도 받았다. A씨는 현재 서울 서대문구에 매장을 열고 영업 중이다.

‘위기의 자영업자’들이 은행 컨설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자영업자의 5년 내 생존율은 27.9%에 그친다.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1%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최근 은행들은 이렇게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 대출뿐 아니라 세무 및 마케팅 교육, 컨설팅 등을 ‘통’으로 제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은행으로서도 부실 대출을 줄여 건전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국민 기업 우리 신한 하나 부산은행 등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상 컨설팅센터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7년 8월부터 교육프로그램인 ‘신한 소호(SOHO)사관학교’를 통해 자영업자들에게 총 8주간 상권 및 업종 분석, 마케팅 교육, 컨설팅을 집중 제공했다. 골목상권의 점주들을 ‘장사의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취지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운영해온 소상공인 창업아카데미에 더해 ‘KB소호 멘토링스쿨’을 25일 선보였다. 인기 방송인 홍석천 씨 등 외식업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7주간 외식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은행들도 자영업자 돕기에 속속 동참해 2018년에만 14개 은행의 자영업자 대상 컨설팅 실시 건수는 137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도 시중은행들의 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5일 ‘KB소호 멘토링스쿨’ 입학식을 찾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자영업 부문은 일자리의 25%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며 “자영업자가 언제든 방문해 해결 방안을 처방받을 수 있는 응급 상담체계를 구축하고 자영업자들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도록 금융회사의 신용평가체계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자영업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영업자 금융애로 현장 청취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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