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옆에 와인, 맥주 옆에 소시지… 진열만 바꿨는데 매출 ‘쑥’

염희진 기자

입력 2019-04-19 03:00 수정 2019-04-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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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이종상품 연관진열 큰효과
주류와 육류 함께 구매 경향 고려… 같이 사면 값도 깎아줘 세트구매 붐
조개-버섯-한우 ‘삼합’ 진열도 인기… “연계할인 제공해 쇼핑재미 더해”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고객이 정육코너 근처에 진열된 와인을 보고 있다. 정육과 와인은 연관 진열의 대표 사례다. 이마트 제공

평소 홈파티를 즐기는 직장인 권모 씨(38)는 최근 이마트 성수점에 소고기를 사러 갔다가 정육매장 옆에 진열된 와인을 함께 구매했다. 권 씨는 “평소 소고기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고 와인은 따로 구매하는 편이었는데 두 품목이 함께 진열돼 있을 뿐만 아니라 연계 할인까지 해서 다 같이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대형 마트의 진열 방식을 바꾸고 있다. 비슷한 부류의 상품을 모아 진열하는 기존의 ‘카테고리 진열’이 아닌 이종(異種) 상품에 대한 ‘연관 진열’을 통해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실험에 나선 것이다. 연관 진열이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시각에서 교집합이 있는 상품을 선별해 일종의 스토리를 가미하는 진열 기법이다.

특히 이마트는 맥주, 와인 등 주류 상품의 진열 방식에 주목했다. 주류의 경우 단일 상품으로 소비되기보다 과일이나 육류, 즉석 조리 등 다른 식품들과 함께 구매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3월 20일부터 전국 매장의 정육 코너 옆에 와인을 비치하며 진열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두 품목의 연계 할인을 적용해 정육과 와인을 함께 구매하면 와인 가격의 5%를 할인해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3월 2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전체 와인 구매 고객 가운데 80%가 정육 제품을 함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계 진열과 연계 할인의 행사 반응이 좋아 이달부터 4종의 와인을 정육과 함께 구매하면 와인값을 40% 할인해 주는 행사도 시작했다”며 “이러한 행사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크게 늘어난 것을 고려해 주류 매장 전반에 걸쳐 연관 진열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성수점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다른 점포의 주류 매장을 전면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류 매장에 주종별로 ‘짝꿍 메뉴’를 연관 진열하는 것이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수입맥주 코너에는 ‘간편 안주 진열 코너’를 만들어 나초칩과 디핑소스, 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식이다. 소주와 사케 코너에는 가공 어포와 가공 치즈를, 양주 코너에는 육포 등을 비치했다.

제철 신선식품이나 이색 먹거리를 조합해 진열한 것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3월 ‘장흥삼합’ 관련 상품에 대한 연계 진열 및 할인 행사를 벌인 게 대표적인 예다. 장흥삼합은 장흥의 특산물인 키조개 관자에 표고버섯, 한우를 같이 구워 먹는 지역 별미다. 이마트는 지난달 키조개 제철을 맞아 관자 슬라이스와 표고버섯을 함께 진열해 판매했다. 함께 구매하면 표고버섯 가격의 10%를 할인해 줬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담당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최신의 트렌드를 전달할 수 있는 연관 진열을 강화하고 있다”며 “연계 할인까지 제공해 고객들이 쇼핑의 재미를 느끼게 하겠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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