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막아달라 vs 시장 키워놨더니”…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충돌’

뉴스1

입력 2019-03-22 08:27:00 수정 2019-03-22 08:29:1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싸이월드
  • 구글
장류 등 11개 업종 신청…화장품소매업 등도 예고
동반위-중기부 심사에 6개월…기존 대기업과 첨예한 대립 불가피


전국화장품 가맹점연합회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생토론 및 발족식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19.3.19/뉴스1

영세한 소상공인의 생업보전과 소득증대를 위해 도입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제도 시행 4개월여 만에 11개 업종이 심사를 요청했고 신청을 준비 중인 업종도 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진출에 제동이 걸린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일부 품목의 경우 관(官)이 시장에 개입하는데 따른 부작용으로 신산업 성장과 제품 기술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11곳의 업종군에서 소상공인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했다. 해당 품목의 협회·단체·협동조합이 지정을 이끌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지난 1월30일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을 소상공인 적합업종으로 신청한데 이어 Δ중고자동차 판매업 Δ자동판매기 운영업 Δ제과점업 Δ화초 및 산식물소매업 Δ가정용 가스연료 소매업 Δ장류(간장) Δ장류(고추장) Δ장류(된장) Δ장류(청국장) Δ자동차전문 수리업 등이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도 화장품 소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방침을 밝히고 조만간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은 국회 공청회와 상임위를 거쳐 지난해 5월2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6월12일 공포하고 6개월 뒤인 지난해 12월13일부터 시행됐다.

소상공인단체가 생계형 적업업종 지정 추천 요청서를 동반위에 제출하고, 지정 신청서는 중소벤처기업부에 각각 제출하면 동반위는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동반위가 관련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중기부 장관에게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추천하면, 중기부 장관은 동반위 추천의견 등을 종합해 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시한다.

이같은 절차에는 6개월 가량이 소요되며 소상공인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사업 인수·개시·확장이 5년간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는 기업에게는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이행강제금(위반 매출액의 5%이내)도 부과된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대기업은 행정·형법상 제재도 문제지만 ‘갑질 기업’ 등 이미지 추락에 따른 타격이 더욱 부담스럽다. 사실상 대기업의 진출이 원천 봉쇄되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문제는 대기업이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업종이다. 소상공인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입는 타격이 만만치 않다. 국내시장을 포기하거나 사업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시장 공략을 준비중인 업종은 더욱 난감한 처지에 빠진다. 국내시장 위축은 신제품 개발 및 투자비용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드러내놓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다간 ‘나쁜 기업’으로 몰릴 소지가 있어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

현재까지 신청한 업종 중 대표적인 예가 장류 전문기업이다. 전체 장류 생산액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고 있는데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오랜 기간 관련 업종에 투자하며 시장을 키워 왔는데 하루 아침에 손발을 묶는 것은 지나치다”며 “무조건 대기업 비토 식은 오히려 시장 위축과 해외수출 감소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청을 예고한 화장품 소매업과 펫샵 등의 진행상황도 업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동반위의 실태조사, 의견수렴 과정에서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며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 측은 “CJ 올리브영, 롯데 롭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집숍 직영점이 골목상권에 큰 규모의 매장을 열면서 영세규모의 가맹점 고객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반위는 6개월 이내에 실태조사와 의견수렴을 마쳐 중기부에 생계형 적합업종을 추천하게 규정돼 있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3분기쯤 법 시행 후 최초 지정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