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게 생겼다” 호소에… 文대통령 “여기서 해결 못해줘 미안”

문병기기자 , 황성호 기자, 한상준 기자

입력 2019-02-15 03:00 수정 2019-02-1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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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아우성’에도 정책 고수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참석자는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 달라”고 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 대해 호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고통을 해소해 주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처리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도 “최저임금은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다 죽게 생겼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회장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섰던 자영업·소상공인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절절한 호소를 쏟아냈다. 연신 “미안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낸 문 대통령은 장관들을 직접 일으켜 세워 답변을 요구하는 등 자영업자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장관들의 대답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데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 청와대로 간 자영업자 “먹고살기 힘들다”

이날 간담회에선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요구들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 허심탄회한 말씀들 부탁드린다”고 인사말을 마무리하자 자영업자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오히려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절박한 사정에 대한 토로가 이어진 것.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은 척박한 구조적 문제 때문에 함께 뛰어갈 힘이 없었고 힘들고 섭섭한 마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라며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룰 안에서 열심히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저임금 동결 주장이 나오면서 달아올랐다. 방 회장은 “나도 최저임금 1만 원에 찬성했던 사람이지만 이건 너무 힘들다. 내년도에는 더 이상 오르지 않도록 동결해 달라”라고 말했다. 인태연 대통령자영업비서관이 초대 회장을 지낸 한상총련은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해왔던 단체다. 한 참석자는 “최저임금 동결 얘기가 나오면서 너도나도 ‘최저시급이 올라서 가게가 어려워졌다’, ‘최저시급 때문에 가격이 다 올라가서 장사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 등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일자리안정자금 수급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의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싶어도 4대 보험 부담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시적으로라도 경제 자영업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2대 보험만 가입해도 일자리 안정자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소상공인판매촉진지원금 제도가 있는데 4년제 대학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너무 어려워 20대 직원도 못한다. 문의 전화를 해도 불통이다”라며 “정부가 준 입이 긴 병에 담긴 고기를 먹지도 못하는 두루미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성민 푸르네마트 대표는 “대통령이 (카드수수료를) 인하해줬는데 지금 카드사들이 약속을 안 지키는 부분들이 많다”며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자영업자들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 “나도 골목 상인의 아들” 밝힌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간담회 시작과 끝은 물론 이어진 만찬자리에서 대여섯 차례 “미안하다”고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을 달랬다. 문 대통령은 “너무 늦게 초대해서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조금씩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이라며 유년 시절을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도 있었는데 저도 주말이나 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거나 배달을 하기도 했다”며 “그때 어린 마음에 힘든 것보다 온몸에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것이 참 창피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자영업자들의 건의가 쏟아지자 문 대통령은 곧바로 장관들에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보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답변에 나선 장관들은 기존의 경제 정책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뜻을 고수했다. 이날 참석자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최저임금 동결 문제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게 했다”고만 했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놋그릇 제작업체 ‘유기유’의 홍수경 대표는 “최저임금이 올라 힘들다는 건의사항들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통령과 장관들의 반응을 봤을 때 계속해서 최저임금 인상의 정책 기조를 밀고 나가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동결 요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금액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사회적 합의 결정 기준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지만 쉽게 말하면 동결은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정책을 밀고 나가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성호·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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