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날던 ‘정유’ 1조원 적자…왜 최악 불황이 찾아왔나

뉴스1

입력 2019-02-03 07:34 수정 2019-02-0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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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10년 만에 1달러대…“이런 불황 처음”
정유4사 1분기도 적자행진…단기 전망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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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갑작스러운 불황은 본 적이 없네요.”

20년 넘게 정유업계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3년간 초호황을 누리던 정유업계는 지난해 말 갑자기 시작된 불황에서 빠져 나오지 못 하고 있다. 지난 4분기 국내 정유4사의 영업손실은 1조원이 넘었고, 올해는 정제마진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더 심각해져만 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월간 평균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5달러로 전달(2.9달러)에 비해 0.4달러가 더 떨어졌다. 지난해 1월 평균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6.1달러였다.

특히 1월 넷째주부터는 2달러 벽도 무너져 2009년 12월 첫째주(1.79달러) 이후 약 10년 만에 주간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이 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두바이유종을 기본으로 하는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넷째주 국내 정유사 손익분기점(4~5달러) 아래인 3.8달러로 내려간 이후 두달 넘게 추가 하락하고 있다.

이미 국내 정유4사는 정제마진 하락에다가 40% 가까이 떨어진 국제유가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손실로 지난해 4분기 1조1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2789억원, GS칼텍스 2670억원, 에쓰오일 2924억원, 현대오일뱅크 1753억원 등으로 증권업계의 컨센서스(추정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였다.

올 1월엔 유가 반등으로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해 볼 순 있지만, 생산할수록 손해만 보는 정제마진 적자구간에서 올해도 영업손실이 쌓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같은 상황에선 생산하지 않는 게 당연한 시장논리처럼 보이지만 한 업체라도 가동을 멈추면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다른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정유공장 특성상 한번 멈췄다 다시 가동하는데 수십일이 소요돼 업계끼리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의 유례없는 불황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휘발유 생산 급증이라는 공급요인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수요둔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지속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저렴해지면서 값싼 원료를 활용한 북미 정유업체들의 가동률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북미 정유사들이 휘발유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아시아지역 정제마진에도 영향을 미치고,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 재고가 쌓이는 모습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제설비들이 가동률을 전월 대비 1.7% 낮추며 1월 평균 92.9%를 기록하고 있지만 1월 넷째주 미국 휘발유 재고는 이전 고점인 2016~2017년 2월 초 재고를 상회하며 역사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유럽·아시아 재고 또한 5년 밴드 상단을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경기호황으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되면서 수요도 받쳐주지 못 하고 있다.

현재 시황이 바닥이라는 데는 대다수 동의하지만 의미 있는 반등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상당수의 의견이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유 생산량 급증으로 미국 정제설비가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휘발유 마진이 단기적으로 가파르게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재성 연구원 역시 “휘발유 마진은 높은 글로벌 재고를 감안하면 상반기 중에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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