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70% 줄었다”…미세먼지 공습에 전통시장 ‘울상’

뉴스1

입력 2019-01-23 11:27 수정 2019-01-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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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남문시장에서 시민들이 분식을 사고 있다.2019.1.22/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일상화된 미세먼지…발길 끊긴 시장엔 먼지만 ‘풀풀’
미세먼지 잡는 ‘증발냉방장치’ 있지만…보급률은 1%


“미세먼지라도 불면 손님이 뚝 끊겨요. 10명 오다가 3명은 오려나….”

22일 서울 금천구 남문시장에서 만난 채소가게 사장 김모씨(49·여)는 ‘미세먼지’라는 말에 진저리를 쳤다. 김씨는 “가뜩이나 경기가 나쁜데 미세먼지라도 불면 매출이 3분의 1토막이 난다”고 고개를 저었다.

사상 최악 수준으로 불어닥친 미세먼지가 전국을 잿빛으로 물들인 가운데 ‘흙먼지’ 여파가 전국 전통시장 상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일부 전통시장들은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증발냉방장치’를 설치해 대응에 나섰지만, 보급률이 0.9%에 그쳐 대부분의 시장이 맨몸으로 미세먼지를 맞아내는 형국이다.

◇‘미세먼지 일상화’에 발길 뚝…“가슴 졸이며 장사”

1970년대 번성한 구로공단과 함께 생겨난 ‘남문시장’은 금천구의 대표 명소로 꼽히지만, 명성과 달리 위세는 하루가 다르게 시들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대형마트와 경기침체 탓에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서다.

최근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도 고객의 발길을 돌리는 원인이 됐다. 손덕용 남문시장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이 한창”이라고 소개하다가도 “미세먼지가 짙은 날엔 매출이 30%가량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미세먼지의 일상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도입 이래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연속 3일간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품과 먹거리를 외부에 진열하는 전통시장에게 미세먼지는 경기침체, 대형마트와 함께 생계를 위협하는 3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미세먼지가 매출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일부 증명됐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2017년 7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µg/㎥ 증가할 때마다 대형소매점 판매액이 2%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48µg/㎥를 기록했다.

시장 상인들은 상품을 랩으로 포장해 진열하거나 봉투로 묶는 방법으로 나름의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좀처럼 상권이 살지 않는 분위기다.

모처럼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에누리를 해주던 김씨는 “평소에도 손님이 모두 대형마트로 가는 바람에 장사가 안 되는데 미세먼지마저 자주 불어 걱정”이라면서도 “미세먼지를 막을 방법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남문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모씨(59·여)도 “미세먼지 탓에 매출이 반 토막 나는 바람에 매일 가슴을 졸이며 장사하고 있다”면서도 “길거리 음식 특성상 랩으로 감싸거나 포장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진행 중인 재래시장은 대부분 아케이드 천장을 설치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장미순 남문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사무장은 “아케이드 틈새로 미세먼지가 들어오기 때문에 미세먼지 감소 효과는 높지 않다”며 “음식점마다 창문을 열기 때문에 다수의 미세먼지가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남문시장의 모습.2019.1.22/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미세먼지 막는 장치 있지만…보급률은 1% 미만

일부 전통시장이 시장 내부에 ‘증발냉방장치’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미세먼지 저감에 나섰지만, 고액의 비용 탓에 보급률은 미미한 편이다.

중소기업벤처부(중기부)와 서울시, 전통시장 상인회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2012년부터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의 하나로 실외냉방장치인 ‘미세안개분무 증발냉방장치’를 보급하고 있다.

전통시장 전역에 설치되는 이 시스템은 미세한 물방울 안개를 노즐로 뿌려 주변 온도를 3~6℃ 낮춰주고, 내부 공기를 순환시켜 미세먼지와 분진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 냉방뿐 아니라 미세먼지 제거 및 습도유지 조절까지 있어 전통시장에 제격이지만, 길이 100m당 1억원에 달하는 고가이기 때문에 전국 보급률은 0.9%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2012년부터 6년간 증발냉방장치를 설치한 전통시장은 10곳뿐”이라며 “올해 설치가 예정된 시장 13곳을 합쳐도 1400여개에 달하는 전통시장 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증발냉방장치 설치비용은 중기부와 서울시가 90%를 부담하지만, 나머지 10%는 상인회 몫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증발냉방장치가 다소 고가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장 상인회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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