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만큼 어려운 사무실 입주… 첫째 조건은 ‘접근성’

권기범 기자

입력 2018-12-18 03:00 수정 2018-1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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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타트업 창업기]<3>첫 사무실에 입주하다

올해 7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공유오피스 내 레티널 사무실. 레티널 제공
‘집=사무실.’ 대부분 스타트업이 그렇듯 나(김재혁·28·레티널 대표)와 정훈이(하정훈·28·레티널 기술책임자)도 그랬다. 만나서 얘기해야 할 때는 내가 다니던 한양대 앞 카페를 사무실처럼 드나들었다.

일이 진척될수록 자료가 늘어났고,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카페는 한계가 있었다. 대학 내 공간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쓰는 일종의 공유 형태이다 보니 ‘보안 유지’가 되질 않았다.

요즘 스타트업들이 보금자리로 선호하는 ‘공유 오피스’ 형태의 사무실에 우리가 입주한 건 2017년 초다. 장비를 두고 안정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는 연구개발용 사무실은 66m²(약 20평) 규모에 임대비가 100만 원 정도인 한양대에 마련하고, 우리는 강남으로 향했다. 기술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네이버에서 서울 강남구 ‘D2 스타트업 팩토리’ 입주를 권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육성을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1년간 임대료가 0원이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위해 운영하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D2 팩토리 입주 제한 기간인 1년이 넘어 우리는 올해 중순 새로운 공유 오피스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는 향후 투자 유치와 스타트업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킹 필요성 등을 고려해 강남에 남기로 했다. 우리의 선택 조건은 ‘접근성이 좋을 것’ ‘다른 곳보다 1인당 공간이 넓을 것’이었다. 1인당(책상 하나당) 40만 원대면서 책상 크기도 넓은 지금의 사무실을 택했다. 공유 오피스 중에는 운영업체 쪽에서 입주자를 위한 콘퍼런스나 네트워크 행사를 열어주는 곳이 많다. 우리는 가장 만족스러운 곳을 찾기 위해 강남 일대 공유 오피스를 샅샅이 뒤졌다.

회사의 틀이 갖춰질수록 더욱 고민되는 대목이 있었다. ‘동료 구하기’다. 스타트업 구성원 한 명 한 명은 곧 회사의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전력을 의미한다. 선발 과정이 대기업보다 훨씬 신중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인턴까지 합해 직원이 10명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선발’을 해본 적이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회사의 미래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들었기 때문이다.

2015년 우리 아이디어를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자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며 연락해 오는 사람이 많았다. 자원봉사를 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었다. 우리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이분들이 자연스럽게 레티널에 합류하게 됐다. 해외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다니다 우리의 ‘비전’을 믿고 합류해 준 분도 있다. 모든 직원이 사실상 회사를 같이 창업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지금도 같은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사무실 입주와 직원 구하기는 스타트업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는다. 다음 회에는 ‘최고 난도’라고 할 수 있는 투자 유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정리=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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