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25만→40만원 올리면 10년뒤 예산부담 42조

김철중 기자

입력 2018-12-17 03:00 수정 2018-12-1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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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편안 논란]‘30만원’ 지급案보다 9조 더 늘어나
국민반발 우려 적은 포퓰리즘 방안… 총선-대선 거치며 금액 더 오를수도


기초연금을 현행 2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면 10년 뒤인 2028년에 필요한 예산이 총 4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작 국민연금 개편은 뒷전으로 한 채 막대한 국고 투입으로 젊은 세대의 부담을 늘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4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과 보험료를 그대로 두고 기초연금만 40만 원으로 올리는 안을 4개의 개편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2022년부터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으로 월 40만 원을 지급해 1인당 100만 원의 노후생활비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의 안대로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올릴 경우 2022년에 필요한 국비는 20조9000억 원이다. 하지만 전체 기초연금의 23%를 차지하는 지방비를 더하면 같은 해 예산이 27조1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친 기초연금 관련 총예산은 10년 뒤인 2028년에는 41조8000억 원으로 40조 원을 넘어선다. 2021년부터 30만 원을 주는 현재 방안과 비교하면 2028년 예산이 9조 원가량 더 늘어나는 셈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편안을 논의하겠지만 정치권에선 결국 기초연금 인상안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4가지 안 중 기초연금 인상안을 선택할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따른 국민들 반발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데다 노후소득 보장 강화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특히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기초연금 인상이 표심을 잡는 데 좋은 소재다. 오히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초연금 인상액이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기초연금 인상은 정부가 강조한 ‘국민들의 눈높이’와도 차이가 있다. 정부가 9, 10월 국민연금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초연금으로 30만 원이 적당하다’라고 답한 비율이 49.6%였다. 반면 ‘기초연금 금액이 낮다’는 응답은 26.3%에 그쳤다. 현재 기초연금 지급액 수준이 너무 높다는 의견도 19.8%였다.

기초연금을 올리면 오히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보험료 납부를 회피하는 이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는 올해 5월 기준 447만877명이며 이들이 받는 월평균 연금액은 37만7895원이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기초연금 인상액인 40만 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가입자들 사이에서 ‘가만히 있어도 세금으로 40만 원을 받는데 굳이 10년 넘게 꼬박꼬박 보험료를 낼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 연계 기초연금 감액’ 제도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배를 초과하면 해당 노인의 기초연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떨어뜨리는 제도로 꼽힌다.

한 연금 전문가는 “정부가 다층 구조로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다른 연금 제도에 대한 고민 없이 세금으로 충당하는 기초연금 인상만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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