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듐 배터리’ 신재생에너지로 주목

김진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8-12-17 03:00:00 수정 2018-12-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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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배터리보다 수명 10배 길어… 폭발 위험 없어 발전소에 적합
美-日-中 상용화, 한국은 사용 제한


에이치투(H2)가 개발한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 작은 컨테이너 크기로 부피가 크다. H2 제공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전자 제품뿐만 아니라 발전소에서 생산한 에너지 저장장치(ESS)에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널리 쓰인다. 효율이 90%가 넘어 현재까지 나온 수많은 종류의 배터리 중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류원희 숙명여대 화학생명공학부 교수는 “전기차나 발전소에 포함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인명 피해나 환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성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배터리가 최근 연구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코발트계 산화물로 만든 양극활 물질(리튬이온이 나오는 물질)과, 전도성이 뛰어난 구리로 만든 음극활 물질(도선에 전자를 내보내는 물질), 이 둘 사이에 위치하는 분리막과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전해액을 뺀 모든 구성요소는 다 고체다. 리튬이온이 전해액을 통해 양극물질 사이를 오가며 충전 방전이 이뤄진다. 3000회가량 충전 방전을 하면 용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명은 2년 안팎이다. 류 교수는 “급속으로 충전 방전하는 과정에서 리튬이 날카로운 모양을 이루며 쌓이면 양극물질이 직접 만나지 못하게 막는 분리막이 찢어지고, 양 극의 활물질이 만나 화재나 폭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중국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ESS에는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가 상용화되는 추세다. 바나듐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액체 바나듐으로 된 전해액을 이용하는 배터리다. 두 개로 분리된 탱크에 양극 전해액과 음극 전해액을 채워 넣는다. 탱크 속 전해액이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고, 이때 발생하는 전위차를 바탕으로 에너지를 생성해 저장한다. 실제 공장 규모에 바나듐 배터리를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효율은 70% 정도다.

바나듐 배터리는 부피가 수 m³의 큰 탱크가 필요해 배터리 크기도 크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에 적용할 순 없다. 반면 완전히 분리된 탱크에 양 극의 전해질이 존재하기 때문에 화재 염려가 없다. 또 전해액만 제때 갈아주면 용량이 감소할 염려도 없다. 업계에서는 소모품까지 감안한 바나듐 배터리의 수명을 평균 20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 바나듐 배터리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010년 KAIST의 연구원이 주도해 설립한 에이치투(H2)가 2013년에 바나듐 배터리 상용화 제품을 내놨다.

또 스탠다드에너지, 코리드에너지 등 중소기업도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ESS에는 바나듐 배터리가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공급인증서를 발급할 때 리튬이온 배터리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리튬이온 배터리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신학 에이치투 사업개발 매니저는 “내년부터 바나듐 배터리 등도 가점 부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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