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포켓’ 바람 타고… 60대 이상, 아이 선물 큰손으로

손가인기자

입력 2018-12-11 03:00 수정 2018-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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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아 감소에도 시장성장 꾸준
부모外 친척까지 지갑여는 ‘텐포켓’… 조부모, 5년새 결제건수 2배이상
건전지 작동 완구-자전거 많이 구매
키즈산업시장 15년새 5배로 커져… 유통업계, 유아동매장 확장 잇달아



부산에 살고 있는 추모 씨(72)는 요즘 초등학생 손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느라 바쁘다. 어릴 때부터 각별히 보살펴 온 하나뿐인 손녀를 위해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올해도 평소 손녀가 갖고 싶어 했던 인형은 물론이고 옷과 신발도 사 줄 계획이다. 추 씨는 “저출산 분위기로 손자가 귀하다 보니 주위에서도 손자·손녀를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동년배가 많다”고 말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한 명의 아이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텐 포켓(10개의 주머니)’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텐 포켓은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 고모, 삼촌 등 주변 친척들까지 아이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다.


○ 할머니·할아버지 유아용품 구매 ↑

10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가 크리스마스·연말 시즌을 앞두고 유아용품 판매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60대 이상(60, 70대) 고객의 결제 건수가 5년 사이 21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결제 회원 수는 154%, 거래액은 187% 늘어났다. 유아용품 주 구매 연령대인 30∼50대 고객의 증가율을 웃돈다. 유아용품 시장은 인기품목 등이 빠르게 바뀌는 시장이 아니어서 비교 기간을 길게 잡았다는 게 11번가 측의 설명이다.

G마켓에서도 60대 이상 고객의 유아용품 구매가 늘고 있다. 건전지 등을 넣으면 저절로 움직이는 작동 완구의 올해 판매 신장률은 전년 대비 61% 늘었다. 아동용 자전거는 42% 신장했다. 배드민턴 볼링 등 아동용 스포츠 완구도 20% 늘었고, 어린이 건강식품과 기저귀·분유·유아식도 각각 7%, 2% 증가했다.


○ 출생아는 줄어도 시장 규모는 성장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2018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출생아는 집계 이래 가장 적은 8만4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200명(10.3%) 줄었다.

아이는 주는데 국내 유아용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다. 출생아 수가 줄수록 하나뿐인 우리 아이에게 더 좋은 물건을 사주고자 하는 텐 포켓족의 소비가 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키즈 산업 시장 규모는 2002년 8조 원에서 2012년 27조 원, 2015년에는 38조 원대로 성장했다. 업계는 키즈 산업 시장이 지난해 이미 40조 원 대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는 큰손으로 떠오른 텐 포켓 소비자를 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재단장해 문을 연 안산점 2층에 유·아동용품 매장을 조성했다. 주로 고층부에 있던 유·아동 매장을 2층에 배치한 파격적인 시도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서울 강동구 천호점 8층에 4000m² 규모의 ‘키즈&패밀리관’을 재단장해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9월 유명 아동복·유아용품 브랜드 300여 개를 한데 모은 ‘신세계 키즈 전문관’을 온라인몰인 신세계몰에 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매력이 큰 시니어층도 최근 모바일 쇼핑에 익숙해지면서 유통업계의 텐 포켓족 잡기는 온라인 오프라인 등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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