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만 맹신하면 실패… 점포 입지 따져라

김종율 아카데미원장

입력 2018-10-12 03:00 수정 2018-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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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 아카데미원장

김종율 아카데미원장
필자는 2002년 1월 대형 유통회사에 입사해 2014년까지 점포개발 업무를 맡았다. 상권분석, 입지 조사를 하고 직영점 또는 가맹점의 입지 선정을 맡는 일이다. 주변에 상가 투자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중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투자 원칙을 너무 떠받들기 때문 아닌가 싶다. 이를 테면 오른손의 법칙, 퇴근길 상권과 같은 것들이다. 흔히들 하는 실수부터 하나 바로잡고 시작해보자.

상가 투자를 얘기하기 전에 소매점 창업으로 이야기를 잠시 돌려보자. 누군가 1억 원을 들여 김밥 전문점을 창업하려는데 서울 강남역이나 홍대입구 같은 번화한 상권에서 하는 것과 관악구나 금천구의 주택가에서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수익이 좋을까? 아마 강남역이나 홍대에서 하려면 눈에 띄지도 않는 어느 구석에서 창업해야 할 것이다. 반면 관악구나 금천구의 주택가라면 마을버스라도 지나다니는 도로변에서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상권은 별로지만 수익은 후자가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 투자도 마찬가지다. 상권보다 지역 내에서 순위, 즉 입지가 중요한 것이다. 지역이 어디인지보다 입지를 분석하여 그 지역 내에서 몇 등짜리 상가인지가 중요하다.

지도①의 A지점에 김밥집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상권은 누구나 선망하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이다. 번듯한 큰길에 위치하며 널찍한 사거리 상권으로 보인다. 차량 통행량도 많아 보인다. 그러나 해당 상가가 있는 곳과 지하철 9호선 언주역(또는 선정릉역)의 중간쯤(동그라미 친 부분)에 있는 곳의 유효수요를 한번 짚어보자. 저곳 사람들의 생활동선은 해당 상가가 있는 사거리 쪽일까, 전철이 있는 쪽일까? 아무래도 전철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핵심 상권의 범위를 나타내면 파란색으로 표시한 곳으로 아주 협소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차량 통행량이 많은 것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 자동차 전시장과 같은 대형 매장에 자동차 통행량을 주된 수요로 보고 입점할 업종이 아니라면 그리 선호할 입지가 아니다. 강남구 대로변에 있는데다 상가의 면적까지 크다면 일반인이 쉽게 덤빌 상가는 아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가 선호하는 1층 66m²(옛 20평) 이하의 상가만 가정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 사거리 상가의 입지는 유효수요의 범위가 좁아 일반적인 상가처럼 보행자를 주된 고객으로 하는 매장이라면 별로 재미를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지도②의 주황색으로 표시한 곳을 보자. 서울 성동구 옥수동인데 이 지역도 인기가 있는 곳이지만 강남구 논현동에 비하면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그런데 입지분석을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821채와 900채 규모 아파트의 뒤쪽이 공원으로 막혀 있다. 따라서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이 파란색 타원형 상권을 주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남쪽의 1444채 규모 아파트도 출입구가 해당 상가 쪽으로 나 있다. 따라서 4000채 이상 대규모 아파트촌이 배후 소비층으로 있는 것이다.

같은 브랜드 김밥집이라면 논현동보다 옥수동 상가의 매출이 더 높을 것으로 보여 투자자 입장에선 월세 받기도 쉬울 것이다. 논현동 상가는 처음엔 강남의 인기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분양가도 꽤나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임대료가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곳에 세 들어 있는 자영업자들도 고전할 수 있다.

김종율 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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