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은 남의 나라 일…원치 않는 단기근로 ‘역대 최고’
뉴스1
입력 2018-09-25 09:54 수정 2018-09-25 09:57
출근하는 직장인. (자료사진) 2017.10.10/뉴스1
세계에서 가장 일하는 시간이 긴 우리나라가 최근 근로시간이 짧아 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주당 36시간 미만 단기근로 취업자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경기침체의 여파라는 데 문제가 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977만5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6.33%를 차지했다. 작년 8월(840만7000명·31.45%)보다 약 5%포인트(p) 높은 수치다.
직전 7월(466만1000명·17.21%)과 비교하면 절대치와 비중 모두에서 1.8배가량 많아졌다.
이는 3일 연속 휴일을 집계에서 제외하는 통계기준 변경이 이뤄지기 이전인 2013년 2월(1003만7000명) 설연휴 통계 착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최대치다.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될 수 있는 주 17시간 미만 근로자는 지난달 전체의 6.80%인 18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취업자 수를 취업시간 별로 모으기 시작한 1982년 2월 이래 최고치다.
이처럼 단기근로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장기근로 비중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8월 주 53시간 이상 장기근로자 비중은 13.92%(374만6000명)로 전년동월(16.63%·447만4000명) 대비 약 3%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이러한 현상은 지난 7월1일 도입된 주 52시간제는 물론 폭염에 따른 휴가일 증대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 사회의 지속된 추세”라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단축 상황을 산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에서 도소매업보다 더욱 분명한 진척이 포착됐다.
제조업 단기근로자 비중(전체 제조업 종사자 중 36시간 미만 취업자)은 지난달 30.59%(135만8000명)이었으며 전년동월(112만9000명·24.85%)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도소매업 단기근로 비중은 지난해 8월 24.09%(147만3000명)에서 26.47%(156만5000명)으로 2.38%p 높아지는 데 그쳤다.
이는 올해 52시간제 의무이행에 해당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도소매업보다 제조업에 많고, 도소매업은 이미 아르바이트나 임시직 등 유연한 근로형태를 더욱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러한 근로시간 단축을 우리 경제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생산성 제고를 병행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52시간제 시행 직후인 7월2일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 정도 수준을 갖춘 나라 가운데 우리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 더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이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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