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오피스타운으로 탈바꿈
강성휘기자
입력 2018-08-21 03:00 수정 2018-08-22 11:24
○ 공업지대에서 주거, 산업, 문화 공존하는 동네로
1980년대까지만 해도 문래동은 서울의 대표적 공업지역이었다. 한때 소규모 공장이 1000곳을 넘을 정도였지만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많은 공업소가 문을 닫은 데 이어 남은 공장들마저 수도권 주변에 새로 생긴 공단으로 하나둘 빠져나갔다. 하지만 곧 임대료 저렴한 곳을 찾아 홍익대, 대학로 등에서 건너온 예술인들이 셔터를 내린 철공소에 자리를 잡으면서 2000년대 초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문래 창작촌’으로 이름이 바뀐 이곳 일부 철공소 자리에 들어선 작업실 겸 카페가 입소문을 타면서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이랬던 문래동의 이미지가 최근 들어 또 한 번 바뀌고 있다. 낮고 낡은 창작촌 주변으로 높은 빌딩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일대 야경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래 창작촌과 걸어서 5분 거리에 들어선 ‘영시티’는 문래동에 처음으로 생긴 프라임 오피스(연면적 5만 m² 이상 오피스 건물)로 지하 5층∼지상 13층, 연면적 9만9000m² 규모다. 영시티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 등의 입주 문의가 많다”고 했다. 내년 완공을 앞둔 SK건설의 6만 m² 규모 지식산업센터 ‘문래 SK V1센터’는 지난해 초 분양 당시 조기 완판됐다.
○ 임대료 저렴, 기반 시설 잘 갖춰져 기업들 관심
기업들이 문래동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문래동을 포함한 영등포 일대 오피스 임대료(3.3m²당)는 4만2000원이다. 인접한 여의도(6만8000원)나 공덕역(5만3000원)보다 낮다. 영시티 관계자는 “판교에 있던 IT 기업이나, 여의도나 강남 등 기존 프라임 오피스 빌딩 입주를 알아보던 스타트업 중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의 입주 문의가 많다”고 했다.
편리한 교통 인프라도 문래동 일대가 주목받는 이유다. 문래동은 수도권 전철 1호선 영등포역과 서울 지하철 2호선 문래역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 입지다. 그뿐만 아니라 SK건설 관계자는 “인근에 아파트, 오피스텔 등이 많아 직주근접 여건이 보장된 데다 영등포역 타임스퀘어 등 대형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어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 입지로 비교적 평이 좋다”고 했다.
문래동 G공인 관계자는 “최근 대형 오피스가 들어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다시 창작촌 내 소규모 상권이 살아나고 아파트 매매 수요가 살아나는 등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영등포 일대 소규모 상가(2층 이하, 연면적 330m² 이하) 공실률은 지난해 6월 1.9%에서 올해 6월 0%로 떨어졌다. 문래 창작촌과 맞닿은 ‘문래 자이’ 전용 85m² 가격은 최근 처음으로 9억 원을 찍었다.
고준석 신한은행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문래동을 비롯한 영등포의 경우 서울 내에서는 여의도 배후단지로 역할을 하는 데다 외적으로는 양평 등 경기 지역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어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의 강보합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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