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남도 무섭게 뛴다

주애진 기자

입력 2018-08-20 03:00 수정 2018-08-20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마포-성동-동작 등 7개구 아파트값 누적상승률, 강남3구 앞질러

정부의 각종 부동산 안정 대책에도 서울의 집값 오름세는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흑석7구역에 들어설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 공사 현장. 동아일보DB
“입주를 앞둔 아파트 분양권은 물론이고 기존 아파트까지 사겠다는 문의가 쏟아지면서 한 달 사이 이 일대 아파트 매매가가 2000만∼3000만 원씩 뛰었어요. 그동안 강남권은 많이 올랐으니까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강북권이 뒤따라 오르는 거죠.”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E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근처 홍제원힐스테이트의 전용면적 59m² 아파트는 이달 5억4000만 원에 계약됐다. 한 달 전 대비 3000만 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그는 “서대문구 일대는 물론이고 지방에서도 매수 문의가 온다. 원래 실수요자가 많이 찾던 동네인데 최근에는 1억∼1억5000만 원의 자금으로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아파트가 없느냐는 문의도 있다”고 전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경고에도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계속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강남권과의 격차가 줄어들어 다시 강남권이 들썩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부동산시장의 매수우위지수는 1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만에 0.15% 올랐다. 서대문(0.28%), 양천(0.27%), 도봉(0.27%), 구로(0.25%), 강서(0.24%), 은평구(0.24%) 등 그동안 저평가됐던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올해 아파트값 누적상승률만 봐도 마포(14.3%), 성동(14.3%), 동작(13.8%) 등 비강남권 7개 자치구가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평균 상승률(11.2%)보다 높았다.

강서구 마곡동의 H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말에 전화 문의가 쏟아져 화장실 갈 틈도 없었다. 서울 집값이 들썩이니까 지금이라도 무조건 사둬야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동작구 상도동의 T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내 집 마련 수요는 견고한데 양도세 중과와 의무 임대기간이 긴 임대주택 증가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팔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이 일대 아파트 호가가 신축, 구축 가리지 않고 한 달 새 1억 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의 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133.7로 지난해 7월 31일(148.7) 이후 52주 만에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의 O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얼마 전에 옥수하이츠 전용 84m² 아파트를 10억 원 중반에 계약할 뻔했는데 매도자가 마음을 바꿔 거의 1억 원 더 비싼 11억5000만 원을 달라고 해서 거래가 무산됐다”며 “지금 팔면 손해라는 생각에 집주인이 계약 직전 가격을 올리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다.

비강남권의 가격이 줄기차게 오르면 강남권이 다시 ‘격차 벌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서울 전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서초구 아크로리버뷰와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 84m²대 아파트가 30억 원 이상에 매물로 나왔고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반등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강남은 대기 수요가 언제나 넘치기 때문에 비강남권과 격차가 줄어들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