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BMW 화재 결함 조사 차량 확보 ‘0대’… 제작사 보고서 검증만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08-10 16:44:00 수정 2018-08-10 17: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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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블로그 캡처.

“정부는 이번 BMW 화재 사고와 관련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난 8일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건물 안에서 보닛을 열어젖힌 BMW를 김 장관이 교통안전공단장 설명을 경청하면서 요리조리 살폈다. 그리고 차량을 배경으로 준비된 발표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김 장관과 BMW가 절묘하게 교차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날 정부 관계자들은 마치 각본 순서가 짜인 듯 일사분란하게 각자 위치에서 국민들 달래기에 나섰다.

김 장관의 발표는 ▲BMW 엔진결함 위험성 은폐 의혹 해소 촉구 ▲사고원인 추정 부분 추가 발견 즉시 강제 리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추진 ▲늑장 리콜 시 엄중 처벌토록 제도 강화 ▲BMW 차주 안전 진단 미 이행 시 운행 자제 ▲모든 조치에 신속· 엄정 대응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 전언을 장담했지만 풀어야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신속한 대응을 하겠다던 국토부 경고와 달리 실무 차원에서 발 빠른 대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당장 조사 결과를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차주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BMW 화재’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는 마당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자체 조사 없이 자료 검증만
전문가들, 사고 조건 충족 실험 필수


현재 정부의 BMW 결함 조사는 자체 실험이 아닌 검증에만 매달리고 있다. BMW 측이 지목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이하 EGR)’ 결함이 사실인지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이번 결함조사를 총괄하고 있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손에 넣은 온전한 시료는 EGR 부품 6개가 전부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BMW가 공식 발표한 화재 원인이 맞는지 EGR 부품을 확보해 확인 중에 있다”며 “EGR 모듈의 부품 결함 외에 다른 가능성을 두고 BMW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BMW 520d 화재로 불에 탄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쿨러와 바이패스. 동아일보 DB.

전문가들은 정확한 결함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BMW 측이 주장하는 사고 조건을 충족시키는 실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BMW는 EGR에 냉각수가 새면서 ‘에틸렌 그리콜’ 성분이 나와 고온의 흡기다기관으로 흘러가 침착돼 불쏘시개 역할을 해 화재가 발생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EGR 냉각수 누수 시 ▲과도한 주행거리 ▲장시간 주행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라는 전제 조건이 따라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전제 조건을 실험할 수 있는 BMW 리콜 대상 차량을 단 한 대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 차량 전체를 테스트해볼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BMW 차량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EGR 문제가 아닐 경우 리콜 대상 차량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양대 박사 출신 한 고장분석전문가는 “BMW가 언급한 과도한 주행거리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험시간이 소요되는데 아직 차량이 준비가 안 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국에서는 전혀 자체 검증시험을 하지 않고, BMW 주장만 확인하는 수준은 분석 경험이 없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국토부는 또 민관합동조사단을 통해 투명하게 결함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자신들의 무능을 인정하는 태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자동차 결함을 담당하는 국토부 자동차운영과나 교통안전공단이 있지만 민관합동조사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스스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라며 “민관합동조사단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주먹구구식 발표는 소비자들에게 불신만 심어주고 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전남 목포 BMW 화재 차량의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BMW와 국토부는 EGR 냉각수 누수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세종=뉴시스


자동차관리법 징벌적손해배상 재추진
기업들 이해관계 얽혀 법계정 난항


정부는 이번 BMW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관리법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도 법 자체가 언제부터 효력이 생길지 미지수다. 국토부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고의·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제조사가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피해자에게 물게 하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면 제조사의 늑장 대응에 대해 철퇴를 가할 수 있다. 박순자(자유한국당)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현행 제조물 책임법보다 자동차 제작사에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는 최대 배상 규모를 5배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동차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2015년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때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3년 째 표류하고 있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여러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합당한 수준으로 법이 통과될지 의문”이라며 “지난해 법안 심사과정에서도 경영계의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에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급기야 BMW 운행정지명령 검토
긴급 안전진단 못 받은 차량 수두룩해


정부가 잇단 BMW 화재를 막기 위해 긴급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은 운행정지를 명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도 반발을 사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운행중지 명령은 정부가 아닌 각 지자체가 발동한다. 법령 37조에는 시장군수구청자이 안전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된 차량에 대해 정비를 지시하면서 운행중지를 명령하는 조항이 있다. 김현미 장관은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이미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터널이나 주유소, 주차장 등 공공장소에서의 예기치 못한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는 14일까지 긴급 안전진단을 빠짐없이 받고, 안전진단을 받기 전에는 운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해진 시일 안에 리콜 대상 차량이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리콜 대상 BMW 차량은 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다. 지난 8일까지 전국 BMW코리아 서비스센터에서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은 5만1739대다. BMW코리아도 난처한 상황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고객들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여름 휴가기간 동안 점검 받지 못하는 차량도 있어 국토부의 운행 자제 검토는 시기를 조율해야할 것”고 우려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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