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대기업 관계자 ‘한반’… 경쟁聯의 ‘수상한 교육과정’

김준일 기자 , 황형준 기자

입력 2018-06-22 03:00 수정 2018-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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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정위 의혹 조사하면서 공정경쟁聯도 압수수색 왜

검찰이 2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공정경쟁연합회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검찰 조사는 전현직 공정위 부위원장 등이 유관 기관에 불법 취업했는지와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법 위반 혐의를 ‘봐주기’ 차원에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대기업 관련 불공정거래 사건은 물론이고 다른 부처의 퇴직 공무원 전관예우 관행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검찰, 공정위-경제계 유착 여부에 주목

검찰은 20일 공정위 본부와 함께 압수수색을 한 공정경쟁연합회가 공정위와 기업들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대기업과 대형 로펌 등이 회원사로 있는 경쟁연합회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공정위 직원과 민간 기업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주선해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쟁연합회는 지난해 9월 8일부터 11월 24일까지 11주 과정으로 ‘제7기 공정거래법 전문연구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공정위 직원과 대기업 및 로펌 관계자 등 59명이 참여했다. 전문적인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는 명목으로 마련된 자리지만 일각에서는 관료와 민간인이 과도하게 유착되는 계기가 됐다고 비판한다.

2박 3일의 해외 워크숍과 1박 2일짜리 국내 워크숍 등으로 운영된 이 프로그램은 조별 활동도 했다. 1조는 서로 다른 대기업 소속 변호사, 차장, 과장, 로펌 전문위원과 공정위 사무관으로 이뤄지는 등 5개 조 모두에 공정위 직원과 대기업 및 로펌 관계자들이 골고루 포진했다. 로펌 전문위원 중에는 공정위 퇴직자도 있었다. 민간 기업인은 회원사인 경우 370만 원, 비회원사인 경우 420만 원의 회비를 냈지만 공무원은 200만 원만 내는 혜택을 받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직원과 외부 관계자들의 불필요한 접촉이 빈번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외부인 출입 접촉 관리 방안 및 윤리준칙’을 마련했다. 이른바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이다. 대형 로펌 변호사 및 회계사,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직원 등 외부인은 공정위에 출입 사전 등록을 하고 공정위 직원은 사전등록 외부인을 만난 뒤 5일 안에 감사담당관실에 대화 내용 등을 자세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경쟁연합회가 마련한 교육프로그램 참석은 예외였다. 사회 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라는 이유에서였다. 대기업 직원 접촉을 투명화하도록 한 규정을 만들어놓고서 대면 접촉이 언제든 가능한 프로그램을 예외로 둬 ‘로비스트 규정’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김상조 위원장 “조직 차원에서 대응”

공정위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21일 인트라넷에 올린 ‘검찰 압수수색 관련 위원회 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정당한 업무수행에 따른 수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 일이 없도록 조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검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되 당당하게 조사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위원장이 간부들과 사전 협의 없이 개인적으로 올린 글”이라며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직원들의 동요가 커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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