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 훈풍에… 민통선-DMZ 땅값 들썩

강성휘기자

입력 2018-04-24 03:00 수정 2018-04-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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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한 공인중개업소. 50대 남성 한 명이 중개업소 직원과 대화를 하다 막 자리를 뜨던 참이었다. 그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접경지역 땅값이 더 뛸 것으로 보고 급하게 투자처를 알아보고 있지만 5000만 원 미만 소액 매물은 이미 동난 상태”라며 아쉬워했다.

같은 날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문산읍 장산리에서 만난 김모 씨(41) 부부는 마침 현지에 매물로 나온 땅을 살펴보고 있었다. 민통선 마을에 이미 7년 가까이 살고 있는 김 씨는 최근 마을 밖으로 이사하기로 결심하고 집 지을 땅을 알아보고 있지만 한 달 사이 땅값이 급등하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김 씨가 본 땅은 2800m² 규모로 가격은 3.3m²당 30만 원 선. 한 달 전보다 5만 원(20%)이나 올랐지만 그는 “최근 나온 땅 중에는 그나마 싼 편”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 미사일 도발 때도 안부 전화 한 번 없던 지인들에게서 땅 좀 알아봐 달라고 연락이 오고 있다. 관심이 늘어난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남북 관계 해빙기를 맞아 민통선 및 비무장지대(DMZ) 토지 시장도 봄날을 맞고 있다.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접경지역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에는 매물 품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문산읍 태영공인중개사무소 조병욱 대표는 “민통선 안에 위치한 파주 장단면과 군내면 토지 평균 시세는 3.3m²당 각 15만 원, 20만 원 선이다. 한 달 전보다 5만 원씩 일제히 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통선 내 토지가 민통선 외곽 땅값을 끌어올리고 그 여파로 민통선 땅값이 다시 오르는 연쇄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달 전 3.3m²당 1만 원 선이었던 DMZ 내 대성마을 인근 토지가 이달 들어 8배로 오른 8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경기 연천군의 민통선 내 토지 호가는 1만∼1만3000원 선으로 지난달보다 5%가량 올랐다.

이들 지역 땅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건 평창 겨울올림픽이 있었던 2월부터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계기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그러다 남북 정상회담 결정 소식에 말 그대로 ‘폭발’했다는 게 현지의 전언이다. 김윤식 한진부동산 대표는 “보수정권 10년 동안 맥을 추지 못하던 땅값이 남북 대화 분위기가 한창이던 2004∼2007년 수준을 거의 다 회복했다”고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파주의 토지 거래량은 4628필지로 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수집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다. 지난해 4월 1892필지였던 파주 토지 거래량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한 달 뒤인 5월 2445필지로 늘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과 흥진호 나포 등의 여파로 남북관계가 잠시 악화됐던 지난해 10월을 제외하고 줄곧 2000필지 이상을 유지했다. 조 대표는 “땅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최근에는 거래가 주춤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통선 일대 토지가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된 경향이 있다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민통선 일대 토지는 대부분 자연보호구역으로 묶여 있거나 용도상 제약이 많아 접경지역 투자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실제 수혜를 볼지는 두고 봐야 안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최근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10년 전 가격을 회복한 수준이다. 가격 상승이 쉽지 않다”고 했다. 개발정보업체인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토지의 활용 가치가 낮아 정상회담 이슈가 지나가고 나면 현금화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파주=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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