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사, 전범기업 제품 불매운동? ‘시간이 답’

양형모 기자

입력 2017-12-18 13:46 수정 2017-12-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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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시 위안부에게 제공한 위생용품으로 인해 군납기업으로 선정되며 크게 성공한 오카모토 제품의 소비자 불매운동이 전개 되고 있다. 해당 제품이 GS25, CU, 세븐일레븐 등 대형 편의점 3사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다시 한번 ‘역사의식’이냐 ‘소비자의 선택권’이냐의 기로에서 유통업체들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매운동이 일어난 전례를 봤을 때, 이번 역시 불매운동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정작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는 편의점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카모토 제품의 퇴출에 대한 의향을 묻는 질문에 편의점 3사 모두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일관된 답변만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소비자 불매운동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오카모토 불매운동 역시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판단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편의점 관계자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불매 운동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지 않는 이상 편의점 입장에서는 먼저 나설 명분도 이유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더욱이 해당 제품이 업계 1위라는 점에서 수익적 측면 역시 간과할 수는 없다. 소비자 선택에 의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을 유통사가 나서서 막는다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중시하는 유통시장의 논리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최근 위안부 관련 역사적 자료가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사안은 대중문화에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위안부 관련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 나문희 주연의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유례없는 흥행에 성공했으며, 전범기업이라는 이유로 미쓰비시 자동차의 광고를 거절한 배우 송혜교의 결정이 크게 찬사를 받은 바도 있다.

하지만 정작 위안부를 이용해 큰 이득을 취하고 현재까지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대중적 문제의식이 미약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불매운동은 이전과는 다르게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해당 제품 퇴출 쇼핑몰이 확대되고 있고, 적극적으로 불매운동 캠페인에 동참하는 매체도 생겼다.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오카모토 퇴출에 대한 시민 의견이 게재되며 해당 민원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접수한 상태이다.

역사의식에 대한 문제점 제고의 측면과 현실적 시장 논리의 기로에서 이번 불매운동의 결과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해 볼 만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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