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이용 범죄수익… 법규정 없어 몰수도 못해

권오혁기자 , 신수정기자

입력 2017-12-13 03:00 수정 2017-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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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판’ 가상화폐 시장]檢, 단속-처벌 수위 놓고 법리 연구
개인정보 유출사고 ‘빗썸’ 과징금… 4350만원에 그쳐 솜방망이 논란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이용한 범죄의 처벌 기준은 아직 없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도 관련 법 규정이 없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월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반정모 판사는 회원이 122만여 명인 음란 사이트를 운영해 광고비 등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안모 씨(33)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억4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재판에서 비트코인을 범죄 수익으로 봐서 추징 대상으로 삼을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현금 14억여 원과 216비트코인(4월 17일 기준 약 5억 원)을 범죄 수익으로 보고 216비트코인 몰수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현금 3억4000만 원 추징만 인정했다. 반 판사는 비트코인에 대해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검찰 측 증거만으로 전체 범죄 수익을 특정하기 어렵고 216비트코인 중 범죄 수익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 단속 및 처벌을 어떻게 할지 고심 중이다. 사기 범죄로 벌어들인 비트코인을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를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등을 놓고 법리 연구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사소송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서버 접속 장애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 545명은 4일 빗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는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화폐를 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가상화폐 급락에 따른 손실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등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빗썸에 대해 올 6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책임을 물어 과징금 4350만 원, 과태료 1500만 원을 부과했다. 이 사고로 최소 3만6487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과징금 등의 제재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빗썸의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이 평균 2조 원 넘는 것에 비해 과징금 규모가 작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다. 방통위 관계자는 “향후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과징금 금액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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