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M&A ‘보약’… 다시 일어서는 소니-샤프

김지현기자

입력 2017-08-23 03:00 수정 2017-08-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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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표 기업들 오랜 부진 털고 2분기 ‘깜짝 실적’

올해 2분기(4∼6월) 소니는 전년 동기보다 1.8배 늘어난 1576억 엔(약 1조654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2분기로는 10년 만에 사상 최고 이익이다. 시장 전망치를 20% 가까이 웃도는 ‘깜짝 성적표’였다.

지난 수년간 적자의 늪에서 허덕여 온 소니는 2012년부터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PC와 TV 등 기존 사업 분야를 정리했다. 그 대신 2015년 공모 증자로 만든 4000억 엔을 이미지센서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소니가 45% 시장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미지센서는 최근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시장 확대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이달 1일 도쿄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郞) 소니 부사장은 “(좋은 성적은) 아직 3개월에 불과하다.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며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전자업계에서는 소니가 2017 회계연도에 20년 만의 영업이익 5000억 엔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에 웃은 일본 기업은 소니만이 아니다. 샤프도 중국 내 액정 판매 호조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7년 만에 순이익 기준 흑자 전환이다. 대만 훙하이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여 일본 정보기술(IT)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매각을 결정한 지 1년여 만에 올린 쾌거다. 한때 채무 초과로 도쿄 증시 2부로 강등됐던 샤프는 올해 6월 1부로 복귀를 신청했다. 지난해 부정회계 문제로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도시바도 단기간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치며 사업을 재정비하는 중이다. 후지쓰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휴대전화 사업을 정리하기로 하고 다음 달부터 매각 작업을 시작한다.

철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토대로 신규 자금과 새 조직으로 재정비한 일본 기업들은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 중이다. 자신들만의 표준에만 집착하는 폐쇄주의로 ‘갈라파고스화’됐다는 비판을 받던 일본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기술 제휴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일본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금액은 3조7000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했다. 인수 건수로는 사상 최다이고 인수 총액으로도 역대 3번째 높은 수준이다.

소니는 지난해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AI 로봇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최근에는 1990년대부터 개발해온 자체 AI 관련 딥러닝 소프트웨어를 외부에 무상 공개하며 관련 기술 주도권을 잡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요타자동차도 미국에 AI 및 로봇 관련 연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억 달러 규모의 AI 벤처펀드 운용을 시작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전통적 자동차회사인 도요타가 구글과 테슬라 등 새 경쟁자들과 맞서게 된 상황에서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회장의 지휘 아래 자율주행차 기반 기술을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차세대 5G 통신 분야에서도 일본 통신업체들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2023년까지 전국 상용화를 목표로 시장에 5조 엔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최근 일본 기업들이 부활에 성공하는 배경에는 아베노믹스에 따른 환율 효과도 있지만 적기 구조조정을 통해 미리 경쟁력을 키워 놓은 저력 덕이 크다”며 “일본 정부가 소니 등 사업 재편을 희망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의 ‘원샷법’에 해당하는 산업경쟁력강화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확대한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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