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게 다 야당 때문”…바뀐 온라인 문화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7-05-30 11:58 수정 2017-05-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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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과,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는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게 다 XX 때문이다' 문구의 어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후반에 비롯됐다. 2005년 노 전 대통령을 적대시하던 세력은 그를 비판하기 위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국정이 흔들려도, 장사가 안 돼도, 심지어 교통사고가 나도 다 ‘노무현 탓’을 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현재까지 일간베스트저장소나 일부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을 써오고 있다.

이 말은 최근 정치인도 공식석상에서 사용한 바 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2017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길가다가 넘어져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하던 때가 있었는데"라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말했다.

또 지난 4월 26일 영화 '불한당' 감독은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라는 말을 트위터에서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문장이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게 다 박근혜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노 전 대통을 탓했던 인식이 더 크고, 거기에 박 전 대통령을 대입한 느낌만 든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했다. 바로 '이것이 다 야당 때문이다'다. 누리꾼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성격에 맞게 '이것이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이 문장의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부터 위장전입, 부인의 전시회 등을 문제 삼으며 강한 공세를 예고했다.

실제로 지난 24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 청문위원들은 정책 관련 질의 보다 아들 군 면제·부인 전시회 문제 등 가족과 관련한 도덕성 문제를 집중 검증해 누리꾼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에 국민들은 야당 청문위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야당에서는 '문자폭탄'에 시달린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국민의당 측은 국민들이 보낸 '문자폭탄'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이 후보자의 총리 인준을 반대하자, 누리꾼들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망치고 있는 건 야당 탓이라며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퍼뜨렸다.

이는 참여정부 때 유행어처럼 쓰였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패러디해 야당이 대통령 탓으로 돌릴 수 없도록 예방 차원에서 누리꾼들이 만든 문화로 보인다. 아울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을 거울 삼아 문재인 대통령은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의지의 표현도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에서는 '이게_다_야당_때문이다'라는 태그가 유행어가 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며 마구 당했던 그 기분을 쟤네들도 느껴봐야함"이라며 "오늘은 무척 더웠어요. #이게_다_야당_때문이다"라고 적었다.

뿐만 아니라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은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나 뉴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후 끝에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태그를 넣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치 기사와 관련 없는 게시글에도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댓글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또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게' 두 글자만 쳐도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가 자동 검색 된다.

심지어 누리꾼들은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가 적힌 짤을 제작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과 웹툰 이미지에 해당 문구를 적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뉴스 보기 좋았는데 요즘 야당 때문에 뉴스 보기가 싫어졌다", "벌써 발목 잡기냐", "이게 진짜 다 야당 때문이다", "팩트폭행이다", "열받아 죽겠네", "너무나 팩트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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