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우영]고용해법, 세대별 가치에 따라 달리해야

동아일보

입력 2017-05-23 03:00 수정 2017-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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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외환위기때와 비슷… 일자리 보릿고개 우려까지
정부마다 정책 내놓다 보니 2015년 무려 300개에 달해
일자리 정책은 생애주기별로 접근해야 효과적… 과거 실패경험 토대로 불합리한 관행-제도 개혁해야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대한민국에는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합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 7전 8기가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과 ‘성장 없는 고용’을 모두 거부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국가와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정책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점을 요약하면 아주 부족한 일자리(no-job), 그리고 높은 비율의 불안한 일자리(bad-job)이다. 이는 지속되는 저성장,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 최근 몇 년간 증가한 청년층의 인구 그리고 여전히 높은 대학 진학률에 주된 원인이 있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변화하는 경제활동인구의 패턴을 보면 20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일본이 겪었던 ‘일자리 보릿고개’가 오랜 기간 지속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지금의 청년 실업률은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의 청년 고용정책은 외환위기 직후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이후 시대별로 정부의 국정기조와 국내외 급박한 환경 변화에 따라 단기적 처방과 장기적 정책을 병합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고용정책은 일자리 확충, 직업능력 개발, 고용서비스, 인프라 구축, 창업지원 등 크게 다섯 가지 영역에서 추진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벤처창업 지원과 정부 주도의 공직채용 확대에, 노무현 정부는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고용친화적 경제성장, 성장·고용·분배의 선순환 구축에 역점을 두었다. 이명박 정부는 선취업 후진학 체제의 구축, 청년인턴제 확대, 박근혜 정부는 시간선택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국가직무능력표준 및 일학습병행제로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조성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다 보니 2015년에는 청년층을 겨냥한 고용시책이 눈덩이처럼 늘어나 300여 개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최종 목표는 언제나 실업률 감소와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었다.

어느 정책이든 성공의 이면에는 사회 경제적 여건과 수많은 실패의 경험, 성공 노하우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접어드는 오늘날에는 그간의 축적된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의 위험을 공유하고 분산하는 스마트한 정책설계 구조화가 필요하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방향은 ‘가난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넘어 ‘분노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사회의 질적 성장 및 사회자본의 확충과 맥락을 함께해야 한다.

성장에서 성숙으로 이행하는 길목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월급 대신 ‘칼퇴’를 선호하고, 종이 지폐보다는 사이버 화폐에 익숙하며, 유형의 자산보다는 개인이 선호하는 가치에 관심이 더 많다. 일자리 정책은 세대별로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그 설계를 달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70년대 초반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좌와 우를 넘어서’와 서유럽 국가들을 흥분시켰던 ‘제3의 길’에서 21세기 국가의 새로운 모델을 평등주의적 성장의 관점에서 제시하였다. 청년들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룰이 공정하지 못하며 그래서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없고 불리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들의 시각에서 현행 노동법을 비롯한 여러 경직된 관행과 제도는 청년들에게 진입 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새 정부의 어젠다인 ‘기회, 공정, 정의’의 실현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한, 성장과 가치의 관점에서 일자리 정책 방향은 교육훈련을 통한 복지, 그리고 경제 역동성 회복의 양손잡이 이론 적용이 필요하다.

교육복지에 대한 논의들이 과거의 복지지출 방식에 치중되었다면 이제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정규교육과 직업훈련을 밀접하게 연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대상 범위를 실업자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로 확대하여 노동시장 진입 단계별로 직업훈련과 생계보장 그리도 생애 전 주기 직업경로를 촘촘히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는 독일의 강소기업 미텔슈탄트, 일본의 모노즈쿠리 정신을 이끄는 첨단 제조업의 힘을 배워야 한다. 일자리가 1개 늘면 다른 직종의 일자리는 4배 느는 제조업의 ‘승수 효과’를 감안할 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정책 우선순위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지극히 어려운 문제는, 그 문제가 논의되는 차원과 동일한 차원에서는 결코 풀어낼 수가 없다. 문제가 제기된 차원과는 차원이 달라져야 해결책을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 사회의 일자리 해법도 새로운 차원의 시험대에 놓여 있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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