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自己愛가 지나친 사람은 남을 짓누르게 돼”

박은서 기자

입력 2017-03-21 03:00 수정 2017-03-21 09:3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권력과 나르시시즘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나르시스적 욕구는 본질적으로 권력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유독 그 사람이 힘들다’ (배르벨 바르데츠키·미래엔·2015년)

‘자기애(自己愛)’가 가득한 시대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란 말이 유행을 타면서 나를 위한 인생이 주요 화두가 됐다. 온전한 자존감을 성취하기 위해 나를 사랑한다는 개념의 ‘나르시시즘(narcissism)’, 이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문제는 나르시시즘의 정도가 강해졌을 때다. 이 책은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들은 결국 타인을 짓누르게 된다고 분석한다.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상정해두는 한편 주위 사람들을 폄하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즘을 결코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책은 권력과 나르시시즘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다. 이 둘의 관계는 ‘샴쌍둥이’와 가깝다. 나르시스적인 지도자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을 평가절하하면서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한다. 그렇기에 권력을 잃는 것은 자기 자신을 상실하는 것 같은 큰 굴욕을 안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에 소개된 크리스티안 불프 전 독일 연방대통령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불프 전 대통령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젊고 매력적인 아내와 함께 스타처럼 대우받았지만 2012년 시중 금리보다 싼 이자로 돈을 빌렸다는 의혹 때문에 자진 사퇴한다. 권력을 내려놓은 후 그는 아내와 이혼까지 하게 된다.

나르시스적인 사람이 지닌 최고의 방어기제는 책임 전가와 경멸뿐. 저자는 “모욕당한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가엾은 피해자라고 느끼면서 이에 대항하고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동조하고 피해자로서 자신의 입장을 확인시켜 주는 사람들을 곁에 둔다”고 설명한다. 자신에 대한 지지를 잡아두기 위해 나르시스적인 방어기제를 작동시켰지만 애초 원했던 지지는 오히려 잃고 만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현대인들은 나르시시즘에 곧잘 빠진다. 하지만 저자는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직장 혹은 학교에서 나르시시즘으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이들이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