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설 선물 매출 20년만에 첫 감소

곽도영기자 , 이새샘기자 , 박은서기자

입력 2017-01-25 03:00 수정 2017-0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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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경기’가 바꿔놓은 풍속도

 설 명절을 앞두고 ‘최악의 경기’가 지속되고 있다. 연휴를 사흘 앞둔 24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황과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여파가 각 기업 성적표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 불황, 전 소비 계층으로 확대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던 백화점 3사의 설 선물세트 매출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제히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설 선물 매출(지난해 12월 5일∼이달 22일 판매 기준)은 전년 대비 1.2% 떨어졌다. 현대백화점(지난해 12월 26일∼이달 22일)은 9.1%, 신세계백화점(이달 12∼23일)은 2.9% 감소했다.

 대형마트도 불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마트의 설 선물 매출(지난해 12월 8일∼이달 23일)은 전년 대비 4.8% 줄었다. 롯데마트(지난해 12월 5일∼이달 21일)도 1.2%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명절 선물 판매에서 상대적으로 비켜가 있던 온라인 몰은 특수를 맞았다. 젊은 층 실속파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데다 ‘저가 마케팅’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옥션은 명절 선물세트 10종의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9배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오픈마켓 11번가도 저가 상품을 앞세워 역대 최대 설 선물세트 기획전을 여는 등 소비자 끌어오기에 적극 나섰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실속형 소비로 인식되던 마트 선물세트조차 외면받으면서 불황이 전 소비 계층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소비 여력 자체가 줄었다. 생필품과 같이 요긴하게 쓰일 선물을 주로 구매하는 ‘가치 지향적’ 소비가 늘어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 곡식세트 42배 뛰어… ‘불황형’ 명절 대비해야

 소비 위축을 뚫고 판매량이 뛰어오른 제품군도 나왔다. 양곡세트와 양말 등 주로 가격대가 낮고 생활밀착형인 제품들이 많았다. 건강식품이나 안마기 등 소비자 개인에게 직접적인 효용을 주는 불황형 가치 소비의 패턴도 나타났다.

 홍삼이나 비타민 등 건강식품 선물세트 매출은 백화점 3사와 이마트에서 전년 대비 모두 올랐다. 롯데백화점에선 14.2%, 이마트에선 2.7%가 늘었다. 안마기와 안마의자 등 건강 관련 가전제품 매출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안마의자 매출은 전년 대비 65% 늘었다.  매끼 식사에 쓰이는 잡곡 등을 조합한 양곡세트도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 이마트 양곡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43배로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에선 양말 선물세트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 이 외에 멸치나 육포, 수입 고기 등 중·저가형 세트 매출이 상승했다.

 유통업계는 아직까지 개인 구매 수요가 남아 있다고 보고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명절 직전까지 판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6일까지 설 선물세트를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는 ‘설 마지막 5일 블랙위크’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도 27일까지 최대 30% 할인전을 진행한다.

 향후 ‘불황형’ 명절을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처음 카탈로그에 금액별 분류를 넣었고, 온라인 몰에도 5만 원 이하 전용관을 포함시켰다. 앞으로도 소비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불황 마케팅 아이디어들이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이새샘·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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