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27%가 생계형 빚에 허덕

김호경기자

입력 2017-01-20 03:00 수정 2017-01-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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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3897만원… 55~64세 가장 많아

 취업 준비생인 이모 씨(32)는 매달 말이 되면 가슴이 답답하다. 부모가 10여 년 전 집을 살 때 빌린 은행 대출금 이자를 내는 날이라 그렇다. 과거 부모가 모두 일할 때는 그나마 살림살이가 괜찮았다. 하지만 4년 전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마트에 나가던 어머니마저 관절염이 악화돼 일을 그만두면서 이 씨가 가정의 빚을 책임져야 한다.

 저소득층 10가구 중 3가구는 평균 3900만 원의 빚을 떠안고 있고, 부채 대다수가 생활비, 주택 임차 보증금, 의료비 같은 생계형 부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저소득층 빈곤환경 실태와 자활지원 연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중위소득 50% 미만인 저소득층 가구 26.8%가 빚을 안고 있었다. 이 가구들의 평균 부채는 3897만 원으로 연소득(약 1100만 원)의 3.5배에 달했다.

 부채가 있는 저소득층 가구는 연간 평균 143만5000원을 이자로 내고 있었다. 소득의 13%가 이자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2003년만 해도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 대비 이자 비율은 50%에 달했다.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에 힘입어 이자 부담이 과거보다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계층보다는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컸다. 중간계층(중위소득 50% 이상∼150% 미만)의 소득 대비 이자 비율은 6.7%, 중위소득 150% 이상은 4.4%로 저소득층보다 훨씬 낮았다.

 저소득층 부채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늘어나다가 65세 이상에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장년층(55∼64세)의 평균 부채가 5162만 원으로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많았다. 2003년 2974만 원에 불과했던 장년층 평균 부채는 11년 만에 1.7배로 늘었다.

 연령대에 따라 빚을 내는 이유는 각기 달랐다. 청년층(18∼34세)은 전체 부채 가운데 주택 관련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58.7%로 가장 높았다.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청년 상당수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35∼44세도 주택 관련 부채 비율이 47.7%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45세부터는 생활비 부채가 주택 관련 부채 비율을 뛰어넘는다. 자녀 학비 같은 생활비 지출이 서서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45∼54세 평균 부채 중 생활비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38.3%로 가장 높았다. 65세 이상에서는 의료비 부채 비율이 급증했다.

 그간 정부가 서민 금융 지원 대책을 꾸준히 내놓았지만 여전히 저소득층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비율은 18.8%로 2013년(24.1%)보다 5.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간계층과 상위계층의 금융기관 부채 비율은 각각 39.6%, 44.6%로 2013년보다 소폭 올랐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이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참여할 여건을 만들어주고, 소득에 따라 차별화한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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