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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 이탈리아산 ‘드림카’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08-18 19:15:00업데이트 2023-05-09 23:38:02
이탈리아어는 무척 강렬하게 들린다. 약 66%에 달하는 라틴어가 섞여 된소리가 많고, 말하는 속도도 빨라 세찬 느낌을 주는 것이다. 또한 모든 명사에 성(性)을 구분해 표현하는 섬세함도 지녔다. 여기에 프랑스어 영항으로 우아함도 함께 공존한다.

이탈리아산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는 이런 자국어가 지닌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주행성능은 도로 위 차량들을 단숨에 제압할 정도로 강력했고,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세심한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 실내에서도 운전자 만족도를 높였다. 겉모습은 스포츠카처럼 역동적인 면과 고급세단의 우아한 모습을 적절히 섞어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마세라티가 지난해 새롭게 내놓은 ‘더 뉴 콰트로포르테 GTS’를 타고 서울과 충남 공주 및 세종시를 왕복하는 450여km를 달렸다. 이 차는 2013년 6세대 콰트로포르테의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를 거쳐 탄생한 모델이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독일산 자동차가 실용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면, 마세라티처럼 이탈리아 차들은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예술성을 추구한다. 이번에 시승한 콰트로포르테 GTS도 이런 이탈리아 자동차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외관은 전장 5m(5265mm)가 넘는 대형세단이면서도 전혀 둔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면부 중앙과 좌우 측면 3개의 독립된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을 채택해 역동적인 모습이다. 마세라티 고유의 삼지창 상징이 새겨진 프런트 그릴은 마치 날카로운 상어의 코를 보는 듯하다. 프런트 범퍼는 넓은 일체형 에어 인테이크(공기 흡입구) 디자인을 채용했고, 후면부는 블랙 피아노 스포일러와 듀얼 머플러가 적용돼 강인하고 날렵한 이 차의 성격을 보여준다.

내부 인테리어는 모두 수공예로 제작되며 고객 개인의 취향에 따른 맞춤 제작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탈리아산 최고급 가죽과 질 좋은 목재를 장인들이 손수 작업해 운전자에게 특별함을 선사한다. 뒷좌석 역시 운전석 못지않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 비대칭으로 접히는 3인용 시트는 안락함이 느껴진다. 또한 15개의 스피커를 갖춘 ‘바우어 앤드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과 무선랜 기반의 와이파이 시스템도 옵션으로 적용됐다. 콰트로포르테의 전체적인 공간은 넓은 대시보드의 매끈한 라인, 센터 터널과 큰 도어로 모든 탑승자에게 고급스러움을 전달해줬다.

더 뉴 콰트로포르테 GTS 그란스포트는 페라리와의 파트너쉽을 통해 개발된 3.8리터 트윈 터보 V8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2.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안전최고속도는 310km/h. 스티어링 휠에 붙어 있는 큼지막한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마세라티 특유의 쩌렁쩌렁한 엔진음을 기대했지만 정지상태에서는 의외로 조용했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숨어있던 엔진소리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확실히 엔진 배기음은 운전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정지상태에서 도로 제한속도까지 높이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고 있으면 차가 총알처럼 튀어나가 어느새 제한속도에 도달해 있었다. 마세라티 공식 기록으로 시속 100km까지는 4.6초가 걸린다. 특히 1500~1600rpm(엔진회전수)의 초중반 가속 영역대에서 100km/h를 넘나드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주행모드는 오토노멀, 오토스포츠, 매뉴얼노멀 및 매뉴얼스포츠 등을 제공한다. 노멀모드에서도 충분히 가속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좀처럼 주행모드를 조작할 일이 없었다. 테스트를 위해 스포츠모드를 바꿨더니 엔진음이 더욱 날카롭게 바뀌었다.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지고 브레이크도 민첩하게 반응해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이끌었다. 이처럼 콰트로포르테 GTS는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분주하게 최적의 조합을 찾아 냈지만 운전석에서는 배기음으로만 현재 상태를 파악할 뿐 고요하기만했다. 최고급 세단에 걸맞게 노면소음이나 진동 억제가 수준급이 었다.

마세라티는 코너링이 좋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낮은 무게중심과 최적의 무게 배분 때문이다. 엔진을 최대한 뒤로 밀어 차량 전후 무게를 가장 이상적이라는 49대51로 맞춘 것. 실제로 가파르게 굽은 도로에서 빠른 속도를 유지했지만 스티어링 조작만으로 코너를 쉽게 탈출할 수 있었다. 바퀴는 한 번도 코너링 궤적을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마세라티 전자제어식 스카이훅 쇼크 업쇼버가 제 역할을 해준 것이다. 속도를 더 높여도 흐트러진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는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에 등장하며 유명해졌다. 거침없는 성격의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가 전신불구의 백만장자 귀족 필립(프앙수아 클루제)를 마세라티에 태우고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에 마세라티를 포함시키는데 한몫했다.

복합 공인연비는 6.6km/ℓ다. 거친 주행을 마친 뒤 실제로 경험한 연비는 5km/ℓ 내외였다. 작정하고 연비 주행을 하면 7km/ℓ 후반대까지 나온다. 국내 판매가격은 2억2710만 원이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