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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내실 다진 ‘올 뉴 크루즈’… 가격파괴는 없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02-18 13:04:00업데이트 2023-05-10 00:41:46
오래 걸렸다. 9년 만이다. 남들은 5년 정도면 얼굴을 바꿔서 이름을 날리는데 녀석은 도통 꿈쩍하지 않았다. 그간 인상만 살짝 변화를 주고 외출했던 게 전부다. 그래서 새로운 모습에 거는 기대감을 더 키웠을지도 모른다.

겉보기 외모는 날렵해졌지만 몸집이 조금 커진 것 같다. 무게는 줄었다고 했다. 통뼈에 근육질로 바뀐 것이다. 내실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달리기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했다. 당연히 몸값도 올랐다. 그런데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유를 자세히 듣고 싶었다.

한국GM의 야심작 쉐보레 준중형세단 ‘올 뉴 크루즈’를 타봤다. 제작사 측은 서울시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경기 양평 중미산 천문대를 왕복하는 142km 구간으로 시승코스를 잡았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LTZ 디럭스 풀옵션 모델.

신형 크루즈는 형제인 임팔라와 말리부가 연상되는 패밀리룩을 입고 있었다. 먼저 치켜뜬 눈매와 날카로운 헤드램프가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인 모습은 기존 모델과 달리 낮은 차체와 쿠페형 디자인이 적용돼 날렵해보였다. 측면 캐릭터라인을 비롯한 면과 선은 입체적으로 구성해 볼륨감을 더했다.

크루즈는 전장을 25㎜ 늘려 경쟁차보다 100㎜가량 길다. 18인치 알로이 휠을 장착해 안정감도 줬다. 몸집은 커졌지만 무게는 이전 모델보다 110kg 줄었다. 차체 74.6%에 이르는 부위에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강성을 27% 증가시켰고, 첨단 소부경화강(PHS) 적용 비율을 21%까지 확대해 주행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실내에는 쉐보레 듀얼 콕핏 인테리어가 반영됐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잡은 8인치 고해상도 풀 컬러 스크린 디스플레이 아래로 다양한 기능 버튼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배치돼 있었다.

본격적으로 운전대를 잡고 크루즈를 탐색해봤다. 버킷 타입 가죽 시트는 주행 내내 몸을 잘 고정시켜줬다. 출근 시간을 피한 탓에 시내서부터 한산했던 도로를 활보할 수 있었다. 신차는 정지 상태에서 매우 민첩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는 더욱 힘이 넘쳐났다. 그래서 고속구간이 더욱 기대됐다.

서울춘천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하이패스 구간을 시속 30km로 통과하고 순식간에 100km/h 이상 올라갔다. 크루즈는 1.4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이 장착돼 153마력의 최대 출력과 24.5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수치로만 보면 경쟁차보다 뒤져있지만 엔진 크기에 비례해 계산하면 주행 능력이 더 앞선다는 게 한국GM 측의 설명이다.

구불구불한 중미산 와인딩 구간에선 주로 중형급 이상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R-EPS(랙타입 전자식 차속 감응 파워스티어링)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 R-EPS는 조향에 힘을 실어주는 전기모터가 엔진 아래에 있는 스티어링휠과 직접 연결된 축에 달려 있어 개발이 복잡하고 가격도 비싸다. 저가형은 이 모터가 실내에 자리하고 있다. 크루즈 R-EPS는 곡선 주로에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차체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일부러 속도를 높여 코너를 빠져나왔을 때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신형 크루즈 안전사양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할 경우 운전대가 무거워지면서 원래 자리로 차체를 이끌었다. 옆 차량이 가까이 붙으면 사이드미러에 경고등이 들어와 운전자에게 주의를 줬다. 트렁크는 469ℓ 용량을 확보했다.

이날 시승 후 복합연비는 13.7㎞/ℓ를 기록했다. 의도적으로 고속주행과 급정거를 한 것 치고는 연료 효율이 나쁘지 않다. 다만 고속과 시내 주행은 8대 2정도인 점을 감안해야한다. 기본적으로 16인치나 17인치 타이어휠 장착 복합연비 13.5㎞/ℓ, 18인치는 12.8㎞/ℓ다.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도 이 같은 연료 효율을 돕지만 이날 추운 날씨 탓에 작동되진 않았다. 다만, 이 기능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었다.

가격은 LS 1890만 △LT 2134만 △LT 디럭스 2286만 △LTZ 2437만 △LTZ 디럭스 2478만 원이다.

양평=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