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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BMW에서 제공하는 다른 두 개의 아이... 순수 i3· 스포츠 i8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10-10 09:00:00업데이트 2023-05-10 01:18:25
좀처럼 흔치않은 기회가 주어졌다. BMW의 서브 브랜드 ‘BMW i’ 라인업에 자리한 2종의 차량을 반나절 자유롭게 경험해 볼 수 있는 시승회에 참가했다. 전기차의 메카로 불리는 제주에서 푸른바다를 낀 해안과 한라산의 절경을 벗삼아 중산간 도로를 달렸다.

고저차가 큰 도로와 좌우로 급하게 꺾어지는 커브길, 빈번하게 등장하는 연석, 울퉁불퉁 불규칙한 노면은 한순간도 제주의 풍경을 감상할 여유를 허락지 않았다. 다만 순수 전기차, 반쯤 전기차에 가까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i3, i8은 BMW 고유의 달리는 즐거움을 경험하기에 조금의 부족함이 없었다.

#이보다 더 매력적인 전기차는 없을 것, i3
BMW i3는 BMW 고유의 디자인 특성과 BMW i의 미래지향적인 요소가 한 눈에도 드러난 디자인이다. 보닛을 시작으로 지붕을 넘어 후면부까지 이어지는 블랙 벨트와 측면에 물결이 흐르듯 디자인된 스트림 플로우 라인은 BMW i만의 대표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기차의 특성상 공기 흡입이 불필요해 밀폐된 키드니 그릴은 BMW 고유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표현했다. 전면과 후면에는 BMW i 특유의 U자 모양의 볼륨 라인이 적용돼 차체를 더욱 커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역시 U자로 디자인돼 전체적인 통일감은 강조됐다.
전면 유리는 넓은 시야와 개방감을 극대화 할 뿐 아니라, 햇빛을 최대한 받아들여 겨울철 실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양쪽으로 열리는 측면의 코치 도어는 타고 내리는데 편리하고 공간을 더욱 넉넉하게 활용할 수 있어 효율성을 중심에 둔 콘셉트가 엿보인다. i3는 전장 3999mm, 전폭 1775mm, 전고 1578mm의 차체 사이즈로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비율을 완성하고 짧은 오버행은 민첩하고 역동적인 운동성을 발휘한다.

실내는 운전석과 도어 트림의 디자인을 단순화한 부분이 주된 특징이다. 또한 천연 가죽과 원목, 양모, 재생 가능한 소재를 주로 사용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는 더욱 강조됐다. 1열은 센터콘솔 부분을 제거해 공간을 극대화하고 운전자는 좌우핸들에 구애받지 않고 양쪽으로 하차할 수 있는 부분도 특징.
i3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는 7.2초, 전기차의 특성상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돼 초반 가속력이 매우 우수하고 실제 주행에선 웬만한 내연기관 차량보다 조용하지만 월등한 가속성능을 느껴볼 수 있다.

주행감각은 일반 내연기관을 닮았다. 다만 싱글 페달 제어 기능을 적용해 조금의 차이를 보인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e드라이브 시스템이 작동해 전기모터가 동력을 공급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에는 에너지 재생모드가 활성화되며 전기모터는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하고 제동 효과를 발휘한다. 즉 고속주행 시 최대의 효율성을 발휘하고 저속에서는 강력한 제동 효과를 보인다. 어쩌면 페달 하나로 주행과 감속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BMW i3는 타입 1 방식의 완속 충전으로 100% 충전하는 데 3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1시간 충전으로 약 50km 주행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으로는 타입 1 콤보(Type 1 Combo) 방식을 사용하며, 80% 충전까지 30분이 소요된다. BMW i3는 완전 충전 상태에서 최고 132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에코 프로(Eco Pro) 모드와 에코 프로 플러스(Eco Pro+) 모드로 설정하면 주행거리가 추가로 늘어난다. 가격은 i3 룩스(LUX)가 5760만 원, i3 솔 플러스(SOL+) 6360만 원이다.

#불편하다. 다만 생각이 바뀌는데 단지 2분, i8

BMW i의 두 번째 모델 BMW i8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더해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이 탑재됐다. 다만 기존 PHEV 차량들이 내연기관 바탕 차량의 개량형 모델이었던 것에 반해 i8은 BMW의 전형적인 클래식 스포츠카의 차체 비율을 바탕으로 곳곳에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더해져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걸윙 도어와 가오리를 닮은 납작한 차체 라인, 레이어링 원칙에 따라 처리된 내외부 표면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충분하다. 여기에 풀 LED 헤드라이트가 기본 장착되고 선택사양으로 제공되는 레이저 헤드라이트는 양산차 최초로 BMW i8에 적용돼 특별함을 더했다. BMW 레이저 라이트는 전력 소모가 적고 주변 온도를 높이지 않으면서 훨씬 더 밝은 빛을 발산하는 것이 특징.

i8의 실내는 조금 특별한 설계 개념이 도입돼 ‘라이프 모듈’과 ‘드라이브 모듈’ 등 2가지로 구성됐다. 탑승 공간을 구성하는 라이프 모듈은 신소재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제작되고 파워 트레인과 고전압 배터리, 섀시 등이 통합된 드라이브 모듈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공차중량은 1485kg으로 경량화, 460mm의 지상고와 0.26Cd의 공기저항계수를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
문을 열고 실내에 탑승하면 사실 문지방을 넘어 앉는 느낌으로 어떤 방식으로도 자세가 불편하다. 일반적인 차량과 달리 굉장히 낮은 차체로 인해 이러한 불편함은 더한다. 하지만 일단 시트에 앉으면 최첨단 차량에 탑승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실내 디자인과 화려한 조명에 조금씩 마음이 녹는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며 시동 버튼을 누르면 전자음과 함께 시동이 켜졌음을 알린다. 하지만 시작은 전기차의 그것과 같아 고요함에 어딘지 어색한 느낌. 천천히 출발을 하다보면 의외로 가벼운 스티어링 휠 반응이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 속도를 올려보면 BMW 특유의 주행감각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적당히 날카로운 엔진음과 카랑카랑한 배기음이 운전자를 조금씩 자극한다.

주행모드 중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차량의 특성은 더욱 강조되고 계기판 화면이 주황색으로 변하며 토크감과 예민해진 페달, 속도를 높일수록 무게감을 더하는 운전대 반응이 느껴진다. 고속주행 중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폭넓은 토크로 치고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이때 엔진과 배기음이 지속적으로 운전자를 더욱 가혹한 상황으로 밀어붙이며 충분한 자극제 역할을 담당한다.
i8은 1.5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이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달되는 방식이다.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6kg.m을 발휘해 역시 이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데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후륜에 즉각적인 동력이 전달된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힘을 전륜에 공급하는데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와 달리 전기모터에도 독립적인 자동변속기가 맞물리는 부분이 이색적이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더해진 i8의 합산 출력은 362마력에 달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데 4.4초에 불과하다.
i8의 전후륜 2가지 드라이브 시스템은 4개 바퀴가 모두 동시에 구동돼 사륜구동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제공된다. 이를 통해 도로 표면에 붙어 달리는 듯 강력한 접지력을 항상 느껴볼 수 있다. 또한 프런트 휠 드라이브, 리어 휠 드라이브, 4륜 드라이브의 장점들이 결합돼 필요에 따라 최적의 동력 성능을 제공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i8의 가격은 1억968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