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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뉴 푸조 308’…질주에 눈을 뜨다

ev라운지
입력 2015-09-12 08:00:00업데이트 2023-05-10 03:57:55
프랑스 완성차업체 푸조는 무엇보다 실용성이 뛰어난 게 강점이다. 차명부터가 간결하다. 푸조는 차명에 보통 3자리 숫자를 조합하는데 앞자리는 차체크기, 뒤에 붙는 숫자는 세대 구분을 뜻한다. 가운데는 고유명사처럼 0이 따라다닌다. 높은 연비도 빼놓을 수 없다. 푸조 모델들은 크기와 무게 상관없이 연비 13~18km/ℓ를 넘나든다. 또한 특유의 왜건과 해치백 디자인은 넓은 적재공간을 확보해줘 일상생활에서 활용도를 높여준다.

이번에 만나본 308은 푸조를 대표하는 실용성뿐만 아니라 과감한 주행능력도 갖춘 전천후 차량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제네바모터쇼 ‘2014 유럽 올해의 차’에 올랐던 만큼 이미 검증도 끝났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 직접 봤던 308 수상은 다소 의외였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BMW i3, 테슬라 모델S 등 막강한 전기차들이 타이틀을 가져갈 것이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렇게 의문부호로 남았던 푸조 308 ‘올해의 차’ 수상은 시승을 하면서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했다.

308은 전형적인 해치백 디자인이다. 이전 모델보다 전장은 20mm 짧아지고 전고는 30mm 낮아져 뒷좌석 공간이 여유로웠다. 트렁크의 경우 기본적으로 660ℓ의 용량이 제공되고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775ℓ까지 늘어난다.

외관 못지않게 실내도 복잡하지 않다. 실내는 아이콕핏(i-Cockpit) 인테리어로 비행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계기반이 스티어링 휠보다 높게 위치해 있어 식별성이 좋다. 여기에 속도계와 엔진 회전수를 나타내는 타코미터 바늘이 한쪽 방향이 아닌 서로 가운데를 향해 움직여 독특했다.

특히 계기판 정보창에는 주행 상황의 출력과 토크, 터보의 부스트 압력이 수치로 표시돼 운전하는 재미를 더한다. 보통은 특정 속도에서 일정한 양만큼 가속페달을 누를 때 마력과 토크를 알 길이 없지만, 308은 실시간으로 주행 정보를 전달해줬다.

운전대는 다른 차에 비해 운전대 지름이 약 3~6cm 정도 작아 조작이 쉽고 쥐는 그립감도 좋다. 작은 운전대는 그만큼 앞바퀴를 빨리 돌려 경주차처럼 빠른 움직임이 가능하게 한다. 운전대 바로 뒤에 패들 시프트가 있어 운전자가 원하는 단수로 기어변속도 할 수 있다. 운전석에서부터 2열까지 이어진 파노라마선루프는 탁 트인 개방감을 전달했다. 그러나 직물 소재의 시트는 오염에 노출되기 쉬워보였다.

본격적으로 도로에 올라 308을 다양하게 테스트해봤다. 시승코스는 서울에서 강원도 고성을 왕복하는 약 500km 코스로 잡았다. 고속과 도심 주행 비율은 7대 3정도다.

그동안 푸조는 반자동변속기로 불리는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변속을 할 때마다 전해지는 충격 때문에 안정적인 승차감을 방해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푸조가 뉴 308 1.6에 자동변속기를 처음 선택했다. 이를 통해 기어 단수 변화가 큰 도심에서 변속 스트레스가 사라지면서 편안한 주행 감성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실제로 변속 시점을 알아채는 건 쉽지 않았다.

도심 주행에서는 차량 소음은 의외로 거슬리지 않았다. 차가 정지하면 자동으로 엔진이 멈추는 아이들링 시스템이 디젤차의 단점인 달달대는 소음을 확 줄였다. 이 시스템은 연비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고속 구간에서 풍절음이 크게 들리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엔진회전수는 1800rpm을 가리켰다. 1.6ℓ 엔진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경사 30도 정도의 오르막길에서 100km/h를 유지하는데 2000~2100rpm면 충분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엔진 회전수가 일반 모드보다 높게 유지된다. 이때 라이트가 붉은색 라이트가 켜져 질주본능을 더욱 자극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배기음도 쩌렁쩌렁 묵직하게 울린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라가 인위적으로 만든 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실내에서 뿜어져 나와 조금이나마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굴곡이 있는 도로에 진입해 차체의 균형감을 알아봤다. 와인딩 구간은 가속과 감속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코너도 많아 차량 테스트가 용이하다.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코너를 돌았는데 차체자세제어장치(ESP)가 작동돼 거침없고 안전한 운행을 도왔다. 간간히 배치된 과속방지턱도 과감하게 넘었지만 진동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저속과 달리 고속에서 급제동을 했을 때에는 원하는 만큼의 제동능력은 아니다. 속도 80km/h에서 신호가 갑자기 걸려서 약 10m 를 남겨두고 멈춰야했지만 예측했던 것 보다 20~30cm 밀리고 말았다. 때문에 고속구간에서는 급제동에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주행성능을 높이고 자동변속기로 일관한 시승에도 평균 연비는 19km/ℓ를 기록했다. 뉴 푸조 308 1.6 복합연비 16.2km/ℓ를 훌쩍 넘는 수치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악티브(기본형), 알뤼르(상위형) 모델이 각각 2950만 원과 3190만 원이다. 308SW 알뤼르는 3390만 원이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