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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벤츠 GLA 45 AMG 4매틱 “소름이 돋는다”

ev라운지
입력 2015-03-07 03:23:00업데이트 2023-05-10 09:21:04
가속페달을 밟을 때 마다 스티어링 휠을 움켜진 손등으로 소름이 돋았다. 오른발에 실리는 힘만큼 온몸의 감각이 쭈뼛거린다. 심장 박동은 엔진의 피스톤 운동과 비례해 빠르게 요동치고 속도에 대한 감각은 잔뜩 웅크린 어깨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AMG는 평범한 운전자를 F1 드라이버로 빙의시키는 힘을 지녔다. 자동차와 내가 한 몸처럼 여겨지는 착각 속에 이성의 끈을 놓고 싶은 충동은 매 순간 찾아왔다. 시승기간 동안 600km를 넘게 달렸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운전에 대한 갈증을 멈출 수 없었다.
녀석을 처음 만난 건 2013년 가을 무렵 독일. 당시 헤센주(州)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 위치한 메세 박람회장(Messe)에선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펼쳐졌다. 전 세계 35개국, 1091개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가 참가한 그곳에는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차와 콘셉트카가 70여종에 달할 정도로 규모와 중요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다섯 번째 SUV 모델이자 A클래스, B클래스, CLA클래스에 이은 네 번째 콤팩트카 ‘GLA클래스’ 역시 이 자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독일 현지에서 치러진 만큼 11개 홀로 구성된 전시장 중 1번 홀을 통째로 빌린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시장을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벤츠 박물관과 동일한 구조로 디자인해 브랜드의 철학과 미래를 제시했다.
당시 중앙 무대는 미끈한 디자인의 ‘S클래스 쿠페 콘셉트’와 GLA클래스가 나란히 했다. 지금도 GLA클래스의 첫 느낌은 잊을 수 없다. 양산차 보다 콘셉트카에 가까운 모습으로 이전에 볼 수 없던 날이 잔뜩 선 캐릭터 라인과 대형 알로이 휠, 보닛을 더욱 역동적이게 만들어주는 파워돔은 남성적인 강인함이 느껴졌다. 특히 세단도 SUV도 아닌 차체 크기로 역동성과 날렵함을 동시에 전달하며 젊은 감각을 전달했다.

이로부터 약 1년 뒤 2014년 8월 GLA클래스는 GLA 200 CDI와 GLA 45 AMG 4매틱 등 2개의 라인업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대 젊은층 공략을 위한 콤팩트카 세그먼트 강화의 일환으로 GLA클래스는 사륜구동 모델인 GLA 200 CDI 4매틱이 추가되며 총 3개의 라인업으로 국내 판매중이다.
지난 주말 GLA클래스 중 최상위 라인업 ‘GLA 45 AMG 4매틱’을 약 600km의 거리를 달리며 시승해 봤다. 먼저 오랜만에 다시 만난 녀석의 외모는 AMG 특유의 강력한 성능을 전달하는 장식들로 채워져 조금은 어색하지만 더욱 강인함이 느껴졌다.

전면은 티타늄 그레이 색상의 AMG 프런트 에이프런과 트윈 블레이드 라디에이터 그릴로 역동성이 강조됐다. 또한 전면 좌우측으로 커다란 공기 흡입구와 함께 에어 디플렉터가 추가됐다. 측면 역시 티타늄 색상의 사이드 실이 AMG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후면은 사각형 트윈 배기파이프와 함께 대형 스포일러를 장착해 모터스포츠 레이싱카 다운 모습까지 엿보였다.
실내는 기본 모델과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동일하게 가져가면서도 붉은색 스티치로 마감된 AMG 시트와 스티어링 휠, 안전벨트 등을 통해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또한 곳곳에 크롬 적용부위를 넓혀 화려함을 더했다. 계기판도 단순했던 기본 모델과 달리 좌우측 클러스터 안쪽 디자인을 변경했다.

전반적으로 차량의 특성상 역동성을 보인 실내 디자인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은 변속기 레버의 크기 뿐이다. 일반 모델과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변속기 레버의 크기는 사용 시에도 불편하고 전체적인 차량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GLA 45 AMG 4메틱의 파워트레인은 AMG 역사상 최초의 2.0리터 4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터보랙을 최소화 한 트윈 스크롤 방식이 도입된 이 엔진은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45.9kg.m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50km/h,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는 4.8초 만에 돌파한다. 변속기는 7단 DCT 스포츠 변속기가 탑재되고 가변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MATIC)이 적용됐다. 복합연비는 10.2km/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3g/km로 유로6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한다.

GLA 45 AMG 4매틱의 달리기 성능은 당연히 소름이 돋을 만큼의 속도감이다. 오른발에 조금이라도 중력의 법칙이 작용한다면 차체가 순식간에 앞으로 돌진한다. 일정 속도의 고속주행 중에도 폭넓은 토크영역을 바탕으로 치고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또한 이때 엔진과 배기음은 계속해서 운전자를 더욱 가혹한 상황으로 밀어붙이며 충분한 자극제 역할을 수행한다.
커브 길에서도 가변식 사륜구동 시스템의 작용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주행이 동시에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은 정확히 운전자가 원했던 방향으로 차체를 움직이며 민첩함을 보인다. 이때 상황에 따라 100% 전륜 구동방식에서 50:50으로 토크 배분이 자동 적용되는 가변식 토크 시스템은 운전의 맛을 더한다.

결론적으로 GLA 45 AMG 4매틱은 어떠한 주행 여건에서도 독창적 매력을 발산하는 모델이다. 직선도로에서 속도감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뛰어나고 SUV 성향의 차량임에도 포르쉐 론치 컨트롤과 유사한 ‘레이스 스타트’ 기능이 있어 달리는 재미는 더욱 증폭된다. 커브 길에서는 안정적이고 스티어링 휠은 차체를 민첩하게 만들며 브레이크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면서도 지난달 출시된 A45 AMG 4매틱 보다 실내공간은 더욱 여유롭다.

메르세데스벤츠 GLA 45 AMG 4매틱의 가격은 711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