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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크라이슬러 200, 디트로이트 18마일 “1조1000억 원의 베팅”

ev라운지
입력 2015-02-04 08:30:00업데이트 2023-05-10 09:38:33
지난해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합병 후 세계 7위 자동차 업체로 탄생한 FCA그룹(Fiat Chrysler Automobiles)의 첫 번째 과제는 크라이슬러를 활용한 중형차 시장의 공략이었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중형차 시장 공략은 향후 판매량 확보는 물론 회사를 빠르게 정상 괘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감 속에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이 탄생했다.

1995년 첫 등장과 함께 2010년까지 명맥을 유지했던 북미를 대표하는 중형차 ‘세브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1세대 크라이슬러 200은 FCA그룹을 통해 2세대로 모델로 재탄생했다. 1세대 모델에서 이름을 이었지만 회사의 환경이 바뀌며 차량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차체는 물론 디자인과 파워트레인까지 모두 바꿔 사실상 완전 신차가 만들진 셈이다.

한화로 1조1000억 원을 투자해 첨단 페인트 공장과 모든 공정이 로봇으로 이뤄지는 자동화 차체 공장 등 FCA그룹은 올 뉴 크라이슬러 200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혼다 어코드, 도요타 캠리, 포드 퓨전, 현대차 쏘나타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형차 시장에 뛰어든 탓에 신차의 사양은 동급 최고로 만드는 것이 당연한 선택.
올 뉴 크라이슬러 200에는 동급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와 전자식 로터리 시프터(버튼 등으로 기어를 바꾸는 장치) 등의 첨단 기술을 탑재했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의 인체 공학적 설계로 차별화된 편의성을 제공한다. 나파(NAPPA) 가죽시트는 신차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하는 사양이며, 차급을 뛰어넘은 편의 및 안전사양을 적용했다.

사양이 고급화되다보니 각종 언론과 기관으로부터 극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한 ‘10대 베스트 인테리어’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충돌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를 받았다. 디자인과 안전성에서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달 2015 디트로이트 국제모터쇼가 펼쳐졌던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국내 출시를 한 달여 앞두고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을 시승할 기회를 잡았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미국현지에서 판매를 시작한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사양에 따라 기본형인 200LX부터 200리미티드, 200S, 200C 등으로 트림이 나눠졌다. 기본 가격은 2만1700달러를 시작으로 2만5995달러까지이며, 여기에 각종 선택사항에 따라 최고 4만 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미국에서 팔리는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2.4리터와 3.6리터 엔진을 선택할 수 있고 모두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사륜구동은 3.6리터에서만 선택가능하다. 시승차는 2.4리터 모델에서 최상위 트림인 200C 모델.
2015 디트로이트 국제모터쇼가 진행되던 코보센터를 출발해 도심과 고속도로를 달려 인근 사우스필드 벨우드까지 약 18마일을 달렸다.

먼저 외관은 부드러운 곡선을 위주로 뒤쪽으로 갈수록 쿠페와 같은 인상을 주는 날렵한 비례감을 유지했다. 전면은 브랜드 최초로 전조등과 라디에이터 그릴을 잇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그릴 중앙에는 크라이슬러 엠블럼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했다.

전조등은 주간주행등 기능을 포함하고 날렵한 선을 이루고 있다. 후면은 트렁크 리드를 살짝 올려 공기역학을 고려함과 동시에 하단 범퍼를 수평라인으로 처리해 차량을 더욱 안정적이면서 넓어 보이게 했다.
인테리어는 실내 곳곳에 고급소재를 사용하고 버튼의 배열을 운전자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정리했다. 트림에 따라 천연원목을 사용한 우드그레인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시트는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은 ‘임스체어’를 모티브로 나파가죽 시트가 전 트림에 장착돼 편안함을 느껴볼 수 있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3.9kg.m의 2.4리터 멀티에어2 타이거샤크 I-4 엔진이 들어갔다. 여기에 로터리 기어 변경 노브가 적용된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크라이슬러 중형 세단 최초로 기어 변경을 할 수 있는 패들시프트 탑재 모델도 있지만, 시승차에는 없었다. 재규어와 흡사한 모습의 다이얼식 로터리 기어 노브는 올 뉴 크라이슬러를 상위 고급차 수준의 모델로 인식하기에 충분한 옵션이다. 또한 이로 인해 실내 공간이 더욱 여유로워진 것도 장점이다.
전체적인 주행감은 유럽산 차와 비슷한 느낌이다.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고속주행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안정성이 장점. 유럽의 스포츠카 브랜드 알파 로메오 플랫폼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신차는 역동성을 강조해 하체는 물론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 더욱 정확해 졌다.

무엇보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의 장점은 동급 최초로 적용된 9단 자동변속기로 기어비가 촘촘하게 구성돼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하는 것이다. 비록 짧은 거리의 시승이지만 급가속과 급출발 등이 포함된 테스트를 마친 후 측정한 시승차의 연비는 도심 10km/l, 고속도로 15km/l 수준을 기록했다.
200 리미티드와 200C 2개 트림으로 지난 3일 국내 판매를 시작한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의 가격은 각각 3180만 원, 3780만 원이다.

디트로이트=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