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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폐차 지원금 받고 60%는 다시 경유차 샀다

강은지 기자
입력 2019-09-11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9:30:42
정부 보조금을 받아 노후 경유차를 폐차한 차주 10명 가운데 6명은 다시 경유차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낡은 경유차를 줄여보자는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가 올 4월 노후 경유차 폐차보조금을 받은 46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폐차 후 차를 구매한 408명 중 251명(61.5%)이 경유차를 선택했다. 이 408명 가운데 중고차를 구입한 159명의 62.3%(99명)도 경유차를 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환경부 자료를 공개했다.

노후 경유차 폐차보조금은 2005년 12월 31일 이전 생산된 차량을 포함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폐차할 때 지급한다. 국비와 지방비로 절반씩 지원해 3.5t 미만 차량은 최대 165만 원, 3.5t 이상은 3000만 원까지 보조한다.

경유차는 2016년 기준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 기여율 1위(26%)인 배출원이다. 특히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수도권에서 하루만 운행을 제한해도 미세먼지를 약 55t(자동차 1일 미세먼지 배출량 107t 중 52%)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노후 경유차 폐차보조금 지원은 미세먼지 저감정책의 핵심인 셈이다.

이 때문에 폐차보조금을 받아 다시 경유차를 구입한다면 투입된 국비에 비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세금을 쓰는 만큼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면 다시 경유차를 사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3년간 노후 경유차 폐차보조금 1789억3500만 원이 지급돼 노후 경유차 25만3106대가 폐차됐다. 올해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목표는 40만 대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폐차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면 보조금의 일부(70∼80%)를 지급하고 나중에 경유차가 아닌 차를 구입했을 때 나머지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차를 사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폐차 후 다음 차 구입까지 걸리는 시간 기준을 정해야 할지 등 검토할 사항이 많다. 생계용 대형 차량은 경유차 외에 대안도 없다. 김 의원은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보조금사업이 오히려 새 경유차 구입비로 둔갑할 여지가 있다”며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세밀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