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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중국서 16년만에 최악 성적표

지민구 기자
입력 2019-08-16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9:40:31
현대자동차 중국 법인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 등 시장 위축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올 상반기(1∼6월)에 16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앞으로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으로의 ‘피벗(중심축) 전환’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한 성과를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15일 현대차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현지 법인인 베이징현대(BHMC)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4조19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3704억 원으로 2003년 이후 가장 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2017년 상반기에 21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판매량 감소로 현대차는 연간 30만 대의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베이징 1공장의 가동을 3월부터 중단한 데 이어, 베이징 3공장도 감산에 들어갔다.

중국 법인의 실적 악화는 현지 시장에서의 완성차 수요 감소 추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구자용 현대차 글로벌PR담당(전무)은 최근 2분기(4∼6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중국 시장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약 8% 하락한 22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판매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중국 시장 판매량은 27만2000대(도매 기준)로 지난해와 비교해 28.4% 줄었다. 사드 사태에도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30만 대 판매량을 유지했던 ‘심리적 방어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목표 판매량으로 제시했던 연간 86만 대 달성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기아차 중국법인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도 11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는 손실 규모를 60억 원 줄였지만 2017년부터 이어진 적자 탈출에는 실패했다. 기아차는 중국 옌청 1공장의 가동을 지난달부터 중단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확대 등 양적 측면에서의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기존까지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현대·기아차의 중국법인도 현대차그룹의 중국 지주사를 중심으로 부문별 최고책임자를 두고 전략을 짜도록 개편했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도 콘퍼런스 콜에서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단기적인 (양적 성장) 목표만 따라가다가 길게 가야 할 길을 놓친 것 같다”면서 “과감하게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전략 변화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양적 성장 전략을 포기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심축은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대차 인도공장의 올 상반기 생산량은 35만183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현대·기아차 중국공장 생산량(44만1560대)과의 격차는 8만9723대에 불과하다. 특히 기아차 인도공장이 지난달부터 가동되면서 최대 해외 생산기지는 당장 내년부터 중국에서 인도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 설립 계획을 올 11월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져 향후 동남아 시장으로의 진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