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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책임경영-이사회 독립성 강화, 올 주총 화두

지민구 기자 , 김지현 기자
입력 2019-03-18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0:34:57
‘오너 일가의 책임 강화와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상정 안건을 요약해 보면 이와 같이 2가지로 요약된다. 주요 대기업의 ‘오너 3, 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해 의사결정 과정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 현대차, 정의선 체제 강화

기아자동차는 15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 본사에서 정기주총을 열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등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9년 만이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에서 2010년부터 기타 비상무이사로 재직해 왔는데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하는 사내이사로 역할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기아차를 포함해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까지 현대차그룹의 주력 4개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임하게 됐다.

이와 함께 정 부회장은 22일 현대차와 모비스의 주총 직후 열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 전반의 혁신을 주도하는 가운데 그룹의 핵심 기업인 현대차와 모비스를 직접 경영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 이사회 의장-CEO 분리… 경영 투명성 높인다

이사회 의장과 경영을 책임지는 CEO를 분리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올해 주총의 키워드이다.

LG전자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본사에서 정기주총과 이사회를 열고 권영수 ㈜LG 최고운영책임자(COO·부회장)를 기타 비상무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다른 주력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도 이날 권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LG유플러스를 포함하면 LG그룹의 핵심 3개 계열사 이사회 의장을 권 부회장이 담당하는 것이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사업에만 전념하게 된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 역시 27일 정기주총과 이사회를 열어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을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최태원 대표이사 회장은 임기 만료에 따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경영에만 주력할 방침이다.

포스코 역시 15일 정기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 전문가와 사내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CEO 직속 자문기구인 ‘기업시민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업시민위는 분기마다 회의를 열어 포스코의 사회적 책임 등의 경영 방향을 논의한다.

○ ‘주주제안’ 받은 한진칼 등은 표 대결 예고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비롯해 현대차와 모비스 등은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놓고 행동주의 펀드와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진칼의 2대주주인 토종 사모펀드(PEF) KCGI는 29일 정기주총에서 2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3명의 후보와 경합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와 모비스는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과 사외이사 선임 및 배당안 등을 놓고 22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이 내놓은 양 사 합쳐 8조 원이 넘는 배당 요구안에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반대를 권고해 현대차와 모비스 이사회 측 제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엘리엇이 제안한 양 사 사외이사 추천안에는 이사회 정원을 늘리는 조건으로 찬성 의견을 제시해 외국인 투자자의 최종 선택에 따라 결과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지민구 warum@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