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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인사권한 추가요구 발목… 르노삼성 신차 물량배정도 ‘빨간불’

김도형 기자
입력 2019-03-11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0:37:53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협상의 마지노선이었던 8일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11일 부분 파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인력 배치에 대한 권한을 요구하고 나선 노조가 투쟁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협상 장기화와 후속 생산 물량 단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르노삼성차 등에 따르면 노사는 8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과 관련한 20번째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는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생산이 올 9월에 끝난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와 프랑스 르노그룹은 8일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해야 신차 배정에 대한 협의가 가능하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었다.

이날 회사 측은 직원들이 기존에 받을 수 있는 것보다 약 700만 원 더 많은 총 1720만 원의 보상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안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노사는 인건비에 대한 입장차를 상당히 좁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조 측이 근무 여건과 관련된 추가 요구 사항을 꺼내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 측이 추가 인원(200명) 투입 및 생산라인 속도 하향과 더불어 인력 전환 배치 등에 대한 인사 경영권을 기존의 협의에서 합의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같은 라인에서 다양한 차종이 동시에 만들어지는 생산 시스템이 강점이어서 유연한 인력 배치가 필수적인데 전환 배치에 노조의 합의가 필요해지면 고유의 경쟁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문제는 기본급은 동결하되 일시금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지만 인력 배치에서 노조의 동의를 받는 방식을 회사가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노조처럼 인사·경영 참여를 요구한 것인데 이런 목소리까지 나온 이상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박종규 르노삼성차 노조위원장은 10일 “7년 이상 이어진 인력 감축으로 인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된 근로 조건의 개선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는 11일 부분 파업을 진행하면서 노조원들에게 교섭 결과를 설명하고 앞으로 투쟁 강도를 더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파업 시간을 늘리거나 전면 파업에 나서는 방안, 근로 여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협상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수탁기업협의회의 나기원 회장(신흥기공 대표)은 “1, 2월 부분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이 벌써부터 올해 적자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160시간의 부분 파업으로 르노삼성차는 1780억 원, 협력업체들은 1100억 원 규모의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그룹에서 제시한 기한을 넘기면서 후속 물량 배정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와의 협의는 계속 이어가겠지만 향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