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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전기차 플랫폼 개방…배터리3사 득일까 독일까?

뉴스1
입력 2019-03-10 07:17:00업데이트 2023-05-09 20: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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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이 전기차 플랫폼을 외부에 팔기 시작하면서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손익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잘 갖춰진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하면 전기차 생태계가 확산되면서 배터리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다만 배터리 구매가격을 낮추려는 폭스바겐을 상대로 배터리업체들의 가격경쟁은 심화될 우려가 크다. 여기에 폭스바겐은 결국 배터리 자체 생산을 염두에 두고 오픈플랫폼을 내세운 것이어서 배터리업체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그룹은 최근 제네바모터쇼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Modularer Elektrobaukasten)를 외부에 판매하기로 하고 첫 번째 고객사가 독일의 스타트업 ‘이고 모바일’(e.GO Mobile)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최근 포드와 자율주행차 사업에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MEB의 공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MEB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세아트, 스코다 등 폭스바겐그룹의 주요 전기차 모델이 공유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차량 하부에 대용량 배터리 등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 부속품 등을 장착해 기본 설계를 끝냈다. 이를 조금씩만 변경하면 전혀 다른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이 플랫폼을 적용해 올해부터 10년간 15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 개방과 외부 판매 목적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전기차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전기차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업체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전기차 생태계 확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폭스바겐의 오픈 플랫폼은 국내 배터리 업체에도 우선 기회가 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플랫폼 공유를 하면 배터리 수요 진작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며 “현재로선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업체가 전 세계에 5~6곳에 불과해 수요가 이들 업체에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폭스바겐은 전기차 배터리 납품사로 국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 중국 CATL 등을 선정했다.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을 구매한 전기차업체들 역시 배터리회사로 국내업체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배터리업체의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고 공급과잉을 부추겨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쟁력 있는 배터리업체들이 많지 않다보니 현재 배터리업계은 판매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원가에 20~30%를 차지하는 핵심부품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해야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있다.

완성차 업계 1위 폭스바겐이 오픈 플랫폼을 확산시키면 더 많은 배터리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서 가격경쟁은 치열해지게 된다. 특히 폭스바겐은 업계 1위라는 상징성 외에도 전기차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로 배터리 발주 물량도 가장 많다. 배터리업체들에 있어 ’무조건 잡아야‘하는 업체다.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과 시설투자로 아직 손익분기점(BEP)를 맞추지 못한 국내 배터리업계로선 가격 경쟁 심화가 반가울리 없다. 다른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속내는 오픈 플랫폼으로 가격협상에서 배터리업체에 우위에 서겠다는 것”이라며 “아직 전기차 배터리업계 전반에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 플랫폼을 내세운 폭스바겐의 최종 목표는 결국 배터리 자체 생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의 엔진이나 다름없는 부가가치 높은 배터리를 계속 외부 조달할리 없다. 최근 독일 정부가 프랑스와 손잡고 배터리산업에 17억유로(2조1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위원은 “전기차 시장을 잘 모르는 폭스바겐으로서는 오픈 플랫폼으로 생태계를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많은 배터리 회사들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술을 습득하고 경쟁력을 키우면서 결국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