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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바꿔가며 타세요”… 자동차도 월간구독 시대

김도형 기자
입력 2019-01-14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0:57:53
현대자동차는 최근 제네시스 차량 3종을 탈 수 있는 ‘제네시스 스펙트럼’과 쏘나타와 투싼, 벨로스터를 번갈아 탈 수 있는 ‘현대 셀렉션’ 등 차량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현대자동차는 최근 제네시스 차량 3종을 탈 수 있는 ‘제네시스 스펙트럼’과 쏘나타와 투싼, 벨로스터를 번갈아 탈 수 있는 ‘현대 셀렉션’ 등 차량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차량이 도착해 점검 중입니다.”

10일 현대자동차의 구독형 차량 서비스인 ‘제네시스 스펙트럼’ 체험에 나선 기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약속한 장소로 나가 보니 검은색 정장 차림의 매니저는 주행거리 4690km의 파란색 제네시스 G80스포츠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는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같은 새로운 기능과 구독 서비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다.

연료는 가득 찬 상태. 타고 싶은 만큼 타고 다시 가득 채워서 반납하면 된다. 금연 차량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면 벌금 15만 원을 내야 한다. 한 달에 2번 차를 바꿀 수 있는 서비스로, 스마트폰 앱으로 신청하면 사흘 뒤 원하는 곳으로 차를 가져오고 타던 차는 반납하면 된다.

최근 현대차는 이런 형태의 구독형 차량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다. 월 149만 원을 내는 ‘제네시스 스펙트럼’(제네시스 3종)과 72만 원을 내고 차량을 골라 타는 ‘현대 셀렉션’(쏘나타·투싼·벨로스터)이다. BMW의 미니(MINI)도 차량 온라인 중계업체인 에피카와 함께 지난해 11월 구독형 서비스 ‘올 더 타임 미니(ALL THE TIME MINI)’를 출시해 9일 첫 차량을 출고했다.

차량 구독형 서비스는 차를 사는 대신 원하는 차량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서비스. 장기 렌터카나 리스로 제네시스 G80을 타면 보통 3년 계약 조건으로 월 140만 원가량을 내야 한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월 9만 원가량 비싸지만 한 달 이후엔 언제든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한 데다 제네시스의 다른 모델로 바꿔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를 교체할 때마다 점검을 마친 차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에게 매력적이다.

국내에서 첫발을 뗀 구독형 서비스는 아직 시범 운영 단계다. 현대차는 이번에 출시한 서비스에 50명씩만 고객을 모은 뒤 고객 반응과 차량 교체 경향을 보면서 차량을 얼마나 확보해야 할지, 차종과 가격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차량 선택 범위는 얼마나 넓힐지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지난해 미국에서 구독 서비스를 내놓는 등 해외에서도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은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도 “‘제네시스 스펙트럼’ 서비스는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쌓게 한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차를 몰아보고 결국 구매를 결정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차량 소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완성차 업체가 차를 파는 방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가 세계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일본의 20, 30대의 60%가량이 차량 소유의 필요성 자체에 의구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젊은 세대의 33%가 본인 소유의 차량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구독 서비스를 포함한 차량공유 시장은 2030년 7000억 달러(약 781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의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차량의 ‘심장’을 바꾸고 자율주행차가 ‘두뇌’를 바꾼다면 구독형 서비스 같은 공유경제는 ‘판매·유통’ 방식을 뒤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중선 딜로이트 상무는 “생산자가 차를 팔고 끝내던 지난 100년간의 방식을 고객과 지속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으로 바꾸는 일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